3월 중순, 갑작스러운 발령에 안쓰럽게 생각되었는지, 오래된 선배님과 동료들로부터 화분 3개를 선물 받았다.
전 근무지에서 업무로 사람으로 꽤나 시달려서 쫓겨나듯
변두리로 발령이 났다. 복잡한 생각과 외로움에 나의 내면은 많이 지쳐 있었고 위축되었다. 새 근무지로 보내온 화분은 25년 넘게 일하면서 몇 안 되는 친한 선후배의 따뜻한 격려로 느껴졌다.
마음이 소중해서 고마움과 함께 하고 싶은 욕심에 비록 공간이 비좁더라도 작은 내 책상과 의자 옆으로 3개의 화분들을 위아래로 두었다.
사무실 구조는 40여 명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창문이 없어 사방으로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았다. 정작 주인인 내가 가까이에 있어도 발령지에서 새로운 업무 익히기도 바빠서 화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무실 1층에서 한 달여를 나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 화분은 서서히 시들어 가고 있었기에 마음을 바꿔야만 했다. 5층짜리 청사를 이리저리 물색하다가 2층 베란다 그늘진 곳에 화분 3개를 나란히 두었다.
베란다는 바닥이 나무데크로 되어 있어 운치가 있고, 밤낮으로 불암산 통 바람이 불어서, 화분 삼총사는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며칠에 한 번씩이지만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일부러 2층 화장실을 오갈 때면 화분에 물을 흠뻑 주어 눈 맞춤을 하는 즐거움도 꽤나 좋았다.
다소 안정된 마음 덕분이었을까?
2층 테라스에는 2년 반 정도 먼저 와 있던 선배 화분들이 몇 있었다. 문이 열려진 빈방에 보이는 고무나무와 화초는 오랫동안 굶주린 탓인지, 행색이 초라하고 측은했다.한 번만이라도 밖으로 내어서 햇빛과 바람과 공기로 진수성찬을 차려 주고 싶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언제나 공짜다. 주인이 있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딱 하루만 풍성한 기쁨을 누리라고 옮겨 놓을 셈이었다. 내 오지랖으로, 그네들은 그 이후로 내화분 3개와 베란다에서 옹기종기 정착하게 되었다. 2층을 오갈 때면 변함없이 내 것이나 그들이나 똑같이 물 한 바가지와 눈길을 주었다.
허전하고 낯선 외로운 마음을 그렇게 달래었다.
그들 중에는 처음 베란다로 나올 때만 해도 대꼬챙이처럼 삐쩍 말라서 초록색 젓가락 몇 개를 화분에 꽂아 놓은 듯한 스투키 무리가 있었다. 두어 달쯤 지나자 제법 통통해져서 살이 올라 예쁘게 자라 갔다.
화분도 나도 환경에 서서히 적응되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배우고,
새로운 생각이 우리 동네 불암산 바람처럼 드나들었다.
어느날 그 예쁘게 자라던 스투키 화분이 송두리째 없어졌다. 분명 청사를 오가던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다.
내마음 하나가 없어진것 같았다.
생각만 하면 화가 나다 가도 먼 산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도 외로운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올여름, 땡볕에 기죽지 말라고 넉넉히 물을 주다가 문득
그 빈자리를 알아차리곤 한다.
2020. 7. 30. 평범한 내 삶 속에 스투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