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가장 가슴 벅찬 일은 친정엄마 신발을 사 드린 일이다.
처음 계획은 아이 신발을 보러 갔다가 중계동 아울렛에서 저렴하게 행사를 하는 바람에 내가 신을 양가죽 검정 단화 한 켤레를 하나 더 샀다.
이맘때 신으면 딱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좀 컸다고, 아이는 자신의 스타일을 중요시한다.
하는 수 없이 아이가 원하는 모양의 신발로 바꾸러 갔다. 막상 신발가게에 들르니, 가까이 사는 엄마 생각에 내 거랑 똑같은 것으로 양가죽 검정 단화를 하나 더 샀다. 엄마 신발 사이즈는 235mm라고 정확히 기억하는데 그새 발이 울퉁불퉁해져서 엄마 발에 신발이 작았다.
엄마는 예전부터 싸구려 신발에 당신의 발을 맞추시다 보니 발 모양이 망가지신 것이다. 내가 하는 잔소리는 항상 잔소리로만 들으신다.
크기만 다른 똑같은 모양의 신발 2개를 산 경우라서 내가 먼저 산 신발을 드렸다. 신발 한 켤레에 깜짝 놀랄 정도로 무척 좋아하셨다. 마음에 들어 하셨다. 단조로운 생활에 갑작스러운 선물이 마음을 흡족하게 하셨나 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하시다가 이웃집 또래 할머니에게 자랑까지 하셨다. 이웃집 할머니도 지지 않고 딸이 다섯이나 있다고 하시며, 딸들이 모두 다 당신께 잘하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양가죽 신발을 엄청 싸게 산거라고 아껴신지 마시라고 강조하고 돌아왔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신발가게를 3번이나 방문했다.
행사기간이라서 5mm 더 큰 사이즈가 없어 비슷한 걸로 바꿨다. 엄마는 한동안 내 생각에 신발을 껴안고 자고 싶으실 거다.
오늘부터 신고 다니셔야 하는데...
202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