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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Oct 11. 2024

괜찮아

나누고 싶은 詩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출처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2013)        



한강 작가님은 처음에 를 썼다고 합니다

노벨 문학상 축하드립니다자랑스럽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라는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한림원은 신체와 영혼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오늘날 산문의 혁신을 일궈냈다고도 했다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경향신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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