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 저고리의 섬유질이 몽글몽글 머무르고 있는 내 딸의 손가락 사이는 참 희고 부드러웠다. 그땐 그것이 소중한 순간임을 몰랐다. 뱃속에서 꼬물꼬물 세상에 나오기 전 준비를 하는 내 아들의 설레는 기대감이 나에겐 불편할 뿐이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괴로움 속에서, 그들은 내가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찾고 버티게 도와주는 힘이 되었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나에게 잘 살수 밖에 없도록, 느닷없는 울음소리와 웃음소리를 외쳐 메아리를 남겨주었다. 당시 나에게는 아이들이 옆을 지켜주었고 그들은 내가 화를 내도, 무심하게 해도 나만을 필요로 했다. 나는 아이들을 잘 키워내야만 했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야만 했다. 나는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랑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 이것밖엔 없었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것, 행복한 엄마가 되는 것, 훌륭한 엄마가 되는 것. 이것이 내 삶의 유일한 이유가 되었다.
남편의 부재, 친정집 그리고 시댁과의 불편함, 그리고 가난함이 나에게 독박 육아를 결정지어 주었다.
결국 아이들이 약했던 나에게 강한 멘탈의 뿌리를 형성시켜 주었다.
좋은 엄마는 어떤 개념인지,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훌륭한 엄마로 아이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엄마는 어떤 사람들인지 나는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하루하루 노력했다.
그들의 노력이 곧 나의 노력이 되었고
자녀교육의 전문적 지식이 나의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이 실력이 곧 나의 재산이고 재력이 되었다.
엄마의 실력이 사회적으로부터 인정받는 실력과 재력까지 가져다주었다.
'진짜 결혼'이란 단순한 사랑의 개념을 넘어선 것이다. 진짜 결혼은 출산부터 시작되고 그 후에 오는 현실 속에서의 절망을 어떤 배우자와 어떻게 이겨 낼 것인지 스스로의 합리적 선택에 따른 책임의 결과물이다.
나는 '나라는 사람 그대로 살아 갈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합리적 사고를 할수 없었다.
결혼은 혼자보다는 둘이서 살림을 합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시작이 아니라 자신의 맨 모습을 대면하여 완전히 삶을 바꿔야 하는 인생의 굴곡점이자 고통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