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섣달 보름과 애틋한 섣달그믐사이
진녹색 이파리에 숨은 듯 아닌 듯 보석처럼 박혀있는 동백꽃을 볼 생각에 한껏 들떠 달려간 남해.
기대와는 달리 늘어선 동백나무에는 꽃 한 송이 보이지 않았다. 해설사 설명으론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 동백나무에 꽃망울이 맺히지 못했단다.
추위 절정에 핏빛 같은 색깔로 피었다가 송이째 툭툭 처연한 모습으로 떨어져 누워 여러 시인의 마음을 흔들었던 동백꽃.
볼 수없어 서운한 나보다 필 수없어 보여주지 못하는 네 마음이 더 아프겠지. 꽃을 품지 못하고 줄지어 늘어서있는 검푸른 동백나무가 애처로워 마음속 깊이 끌어안고, 동백꽃 대신 물결 반짝이는 바다와 하늘사이 스카이워크만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