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간단한 방법
그날 신랑은 당구게임에 이기고 있었다고 했다.
보통 한 사람과 2~3게임정도 치는데,
첫 게임을 신랑이 가뿐히 이기고
둘은 같이 흡연실에 잠시 쉬러 갔다.
담배를 나눠 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처음 주고받았으며
나이, 결혼 여부, 당구장에는 얼마나 자주 오는지 등등을 확인하다가 그 친구가 카지노에 게임기를 납품하는 영업 사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재미있게 하고 있는지, 한때는 독보적인 실적을 내며 큰돈을 벌기도 했다는 무용담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짧은 담화가 끝나고
2번째 게임을 하러 당구대 앞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슨 이유였을까?
그 친구의 실력이 갑자기
2단계는 껑충 뛰듯 아까와는 다른 기세를 펼쳐지는 게 아닌가?
너무 가뿐하게 신랑이 이겼던 첫판과는 달리
그 친구의 갑작스러운 기세에 당황한 신랑은
잦은 실수를 하거나, 위축되기까지 했다고 했다.
평소 예리하고 승부욕이 강한 신랑은
지기 싫은 마음에 잠시 생각해 보았다.
‘뭐지?
10분 만에
그쪽도 나도 실력이 전복되었던 이유가?‘
문뜩 흡연실에서
화려했던 무용담을 쏟아 냈던
그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때문인가' 싶어서
신랑도 본인의 펀드매니저 시절
‘돈 버는 게 가장 쉽다'며 자신감이 충만해던
전성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비한 현상.
게임의 기세가 신랑 쪽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듣고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성패를 가르는 게
고작 '마음'이라니.
평소 자기 개발서,
인생명언, 누군가의 성공스토리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신랑이다.
오로지 성과주의, 현실주의, 냉철함을 유지하려는 신랑이 마음 한편에 있을 불안과 고독에 힘겹지는 않을까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 신랑에게
자기계발 중독자, 명언 맹신자, 누군가의 성공스토리 감동파인 와이프의 영향을 조금은 받아서
척박한 현실에 힘을 빼고
마음만으로, 가벼운 각오만으로도
가뿐히 살아지는 하루하루가 있기 바란다.
그날 당구게임을 이긴 것처럼.
'내 안의 전성기 기억'은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 부부는
결국 당구 3게임을 모두 이기고
신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신랑을 자축하며
냉장고 안쪽에 있는 가장 시원한 맥주 한 캔과 김부각을 가져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신비한 체험을 전달하는 신랑도,
그걸 듣는 나도,
두 부부가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