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했다

니가 벌써 그립지만, 그리워하지 않으려 해

아산병원으로 옮겨 진찰을 받고 이후 검사와 수술 날짜를 잡으면서 일주일만에 많은 것들이 결정되었다.

진료를 위해 낸 병가가 연속 3일 이어지니 학교 샘들도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장기병가 결재를 보고는 아,뭔가 있구나. .싶었나 보다.

사실 9월1일자로 다른 학교로 발령이 확실시되고 있어서 맘의 준비는 다들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게 일찍 이별하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2학기 발령나서 떠날 때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었다. 샘들에게는 iKON의 <사랑을 했다>를 선물해야지 맘먹었었다.

https://youtu.be/thyuCZVaaq4?si=Y48RbmabSnBnOM2J


병가를 내야할 상황이 확정되고 시간 여유가 조금 있던 시험기간에 뚝딱 추억 영상을 만들었다. <사랑을 했다>가 배경음악이고 나의 구글포토에 저장된 지난 3년간의 사진을 이용했다. 이 영상을 혼자서 여러번 돌려보고는, 병가와 휴직이 확정된 날, 전체 메시지로 8일 저녁 18시로 예약을 걸어 발송했다. 9일 오전엔 MRI를 찍을 거고, 곧바로 학교로 와서 토있교 시간에는 공모교장제를 설명하기로 되어 있었고, 그것 끝나면 정식으로 인사하고 떠날 것이었다. 영상은 얼굴들이 있으니 올릴 수 없지만.


일정이 진행되었고, 샘들이 오늘 아침에 영상 보고 필받아 오전 내내 만들었다는 롤링페이퍼도 선물받았다. 그래, 우린 늘 이렇게 합을 맞춰 일해왔지.

꽃다발이 얼마나 큰지, 집에 와서 셋으로 나눠 여기저기 꽂아두었다.

눈물을 흘리고 아쉬워하는 샘들이 많아 안아주느라 마음이 무거웠다. 동시에 나의 맘을 알아주어 너무 감사했다.


능력자다 능력자. 우리학교 샘들은 맘이 동하면 무엇이든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다. 그 덕에 함께 일하는 내내 기쁜 순간이 많았다.

샘들 글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진심' '감성' '위로' '지지' '단호함' '능력' 뭐 이런 단어들로 내가 설명되었다.

나를 잘 이해받은 3년이라는 게 느껴져서 다시 고마웠다.

발령과 함께 같이 3년을 보낸 사람들이 찾아와서 둘러앉아 지난 이야기를 하며 한참 깔깔대다 헤어졌다.


놀랍게도, 전혀 아쉽거나 후회되지 않는다. 샘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고, 다시 그 자리에 가도 또 그렇게 할 것이었다.

다들, 다음엔 나의 학교로 오시라! 다시 만나 잘 해봅시다!


내 인생의 한 章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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