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은 너희의 꽃놀이패가 아니야

이젠, 교육적으로 교육할 수 있기를

“교육은 개인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집단으로 하는 일입니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시민적 성숙을 이룸으로써 이익을 보는 사람은 사회 전체입니다. 교육의 수혜를 받는 것이 아이들 개개인이 아니라 사회인 것입니다. 교육의 수혜자가 사회 전체라는 것은 교육에 대한 책임 또한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선생님들 역시 사회 전체의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교육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자기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사회를 구성하는 어른 중 한 명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자기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걸 교육현장에서 실천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다른 교사들에게 맡깁시다.”
- 우치다 다쓰루, <완벽하지 않을 용기> 중


현 서울교육감은 교육이슈보다 역사이슈로 당선되었다. 역사사회학자 출신이고 과거사문제 해결을 담당했던 경력도 있다보니, 식민지근대화론과 이승만 박정희 미화에 올인하던 윤석열 정부의 인사와 학계 지원이 말도 안된다 생각했을 것이다. 지난 교육감 보궐선거의 최종투표율은 23.5%, 그 중 50%를 겨우 넘겨 당선되었으니 결국 서울시민 투표권자 전체의 10%정도의 표를 얻어 교육간 자리에 오른 걸로 볼 수 있다. 찾아보니 96만표 조금 넘었다. 실로 교육감 선거의 효용성이 무엇인지 따져볼 때이긴 하다.


거대양당 체제 하에서 정권이 양쪽으로 왔더갔다 하다보니, 새 정권은 늘 지난 정권의 주력사업을 부정하거나 없애기 바쁘다. 내가 25년째 일하고 있는 교육계는 그런 행태의 가장 큰 피해자다. 입버릇처럼 백년지대계를 언급하지만 억지로 강제당한 제도를 실현하느라 대가리박고 몸빵으로 일해야하는 황당한 판이 5년마다, 아니 3년마다 벌어진다. "그건 교육적이지 않아!" 라고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교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도 안되는 규정 때문에 정치는 고사하고 교육에 대한 의견 피력조차 원천봉쇄 되어 있다. 시행되기 전에 교사들의 우려가 하늘을 찔렀으나 교육현장에 몸담은 적 없는 박사님들과 뭣도 모루면서 목소리만 큰 정부에 의해 강행되어 결국 고등학교 교육을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몰아넣은 고교학점제가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최악의 현상이다.


또 정부가 바뀌면 몸살을 앓는 게 역사교육이다. 교사시절 충실한 전교조 조합원이었고, 장학사가 되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는 데 인생의 중요한 시절을 바쳤던 나는, 이번 서울교육감과 새정부의 역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싫다. 역사교육이 가야할 방향은 국내외 교육역사나 사례를 보면 너무나 명확함에도, 이전 정부가 권력으로 되살려놓은 반민주주의적 반인권적 역사교육은 물론이고,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동으로 국뽕식으로 차오르는 새정부의 국뽕 민족주의식 역사인식이 너무나 싫다. 이승만과 김구를 양쪽에서 정치도구화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건 교육이 아니다.


요즘 ai로 재현한 유관순, 이봉창 등 열사들의 21세기 버전 영상을 보며 나도 눈물짓지만, 이것으로 역사교육을 시행할 수는 없다. 교육은 교육의 영역임을, 누구나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어도 교육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갖추어야할 사고와 태도가 있음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재명과 시민과의 대화 같은 거, 교육계와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유능한 이재명도 지듬까지의 헛발질을 보면 곁에 교육을 이야기할 전문가는 없는 듯하다


얼마전 서울교육감의 공약사업이었던 역사교육자료센터 건립 관련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있었다.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겠지만, 적어보았다. 관련한 논쟁의 장이 안전하게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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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것을 다하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 첫 한걸음에 맞는 목표설정과 교육청의 역할 분담
꿈은 오래 전부터 꾸었지만, 실현의 시기가 다가온 것은 처음이다.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목표를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잡고, 앞으로 어떻게 더 개선해 나갈지 장기 로드맵을 그리는 것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특히 연구팀은 내용구성을 핵심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센터를 만드는 일은 연구진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 사이트를 구축하고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교육청 차원의 새로운 팀을 구성하여 진행할 일이다. 요구 예산 규모를 정하는 것,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교육청이 할 일이다.

2. 교사는 일당백! 교사의 성장을 위한 센터가 되어야 한다
- 학생 교육은 교사의 몫. 교사의 존재근거와 전문성은 거기에서 나온다.
학교현장이 점점 숨쉴 틈 없이 바쁘고 힘들어지고 있다. 어떻게 된 게 행정업무는 더 늘고 학생생활지도(정신건강지도)는 교사를 지치게 한다. 그러나, 학생 교육은 교사의 몫이다. 교사가 수업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온갖 자료와 학습지를 주제별, 교육과정별로 올려주는 것은 센터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수업은 교사가 자신이 들어가는 교실의 학생들과 학교 환경과 학생들이 이전에 받은 교육의 수준과 다양성에 맞춰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디자인하여 실행해야 한다. 수업은 결국 ‘관계’에서 출발하는데, 교실의 특수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가장 좋은 자료, 가장 훌륭한 사료, 멋진 발문을 모든 교실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교육의 종말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센터가 해야 할 일은, 교사가 자신의 교실에 맞는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교사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아이들의 수준을 가늠하고, 필요에 따른 수업방법을 채용하며, 적절한 자료를 선별하고, 아이들의 삶에 닿아있는 역사적 발문을 구성할 수 있도록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자료를 잘 배치하면 될 일이다. 따라서 예시자료로 만든 ‘5.18 수업안’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5.18을 수업하려는 교사들에게’라는 가이드 글부터 만들어내고, 꼭 읽어야 할 논문과 책을 소개하고, 논쟁성을 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제를 만드는 방법부터 민주시민교육적 수업구성법, 자료 서술방식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그럼 그런 자료는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여기서 센터 설립의 순서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센터는 그런 자료들을 천천히 연구,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연구자, 교사, 교육학자, 이외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여 수업에 적용하고, 수정하고,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기관으로서 센터가 필요한 것이지, 지금까지 연구된 것을 발굴하여 업로드하고 누구든 쓰도록 하는 것은 굳이 지금 이 시점에 교육청이 할 일이 아니다. 구글드라이브를 대체하겠다고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센클라우드를 지금 대체 누가 쓰고 있는가? 민간에서 꽃피운 것은 민간의 몫으로 두면 된다.(각종 역사 아카이브, 전역모 사이트, 실천교사모임, 인디스쿨, 아이스크림, 교과서 발행사 자료 등) 섣불리 외부 자랑질용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이 예산과 인력 낭비로 보인다.


3. 센터 자체가 논쟁성을 구현한 기관이 되어야 한다
- 역사교육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마라. 역사교육은 역사교사의 성장에 맡겨라
정권의 향방에 따라 역사교육은 그들의 손에 놓인 꽃놀이패로 쥐락펴락 유린당해 왔다. 좌와 우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사이 아직도 역사수업에서는 반만년 역사를 암기식으로 배우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건가?
서울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역사교육 자료센터 또한 교육감선거 때 후보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 사용한 공약이었다. 현장교사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의 판단을 믿었다면 이미 사양길로 들어섰을 식민지근대화론이나 리박스쿨 식 교육이 자꾸만 부활하는 것도 현장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권력을 동원해 역사교육에 영향을 행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교육에 권력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막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전에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연구, 심포지엄, 홍보, 법률개정 등)을 통해 거대 양당이 모두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진보교육감’을 표방하는 서울교육청 또한 역사교육의 주도권을 틀어쥐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우익적 사관을 전면화 시키고자 ‘올바른’ 역사를 강변하거나 일본 아베정권이 ‘자학적 사관’ 운운하며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사를 교육과정에서 제외한 것, 그것을 뒤집겠다고 진보교육감과 이재명 정부에서 (박정권과 다른)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 결국 같은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김구에서 이승만으로, 이승만에서 김구로 옮겨 다니는 ‘해방의 아버지’ 또는 ‘건국의 아버지’ 네이밍은 이미 정치화된 지 오래다. 김구도 이승만도 완전무결하지 않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위인이지도 않다. 김구도 이승만도 여운형도 자신의 자리에서 한 시대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믿고 살아온 사람들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 위치에 있을 때 민주주의를 존중했느냐 아니냐일 것이다. 그들이 한 일들 중 어떤 것이 옳았고 어떤 것이 과오였는지를 자료를 기반으로 토론을 거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판단해볼 수 있는 안전한 공간(학교)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교육당국이 할 일이다. 어떤 인물이 인생의 끝에 한 행동이 그의 인생 전체를 규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굳이 센터를 만들려고 한다면 센터 자체가 ‘논쟁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소개하는 내용 뿐 아니라 설립 과정, 자체적인 역사교육 연구과정에서 논쟁성을 눈앞에 실현하는 지난하고 긴 과정을 통해야 하는 것이다. (임기가 얼마 안남은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중요한 일인만큼 다른 사람이 교육감이 되더라도 지속되어야 하고, 지속되지 못한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교육청의 노력과 장기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4. 기관이 ‘만들어준’ 것은 편하지만 위험하다
공공기관이 자료들을 집적해두면 수업이 편해진다. 교사가 기울여야 할 노력을 기관이 대신 해주니까 말이다. ‘검증’된 자료들을 탑재하고 수업발문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화해주면 교사는 지금 들이는 노력의 반 정도만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누가 검증한 것이냐’ ‘검증한 주체의 의도가 뭐냐’ ‘발문은 누가 만들었느냐’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향방에 따라 역사교육을 정치도구화하는 사회적 관습이 있는 이 나라에서, 센터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이런 친절한 교육자료는 흉기가 될 수 있다. 리박스쿨 자료들이 학교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말이다.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에 쓸 자료들에 대한 감식안을 가질 수 없다면, 이렇게 ‘누군가’ 제공하는 자료와 잘문들은 교사자신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5.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속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과정, 지속적인 단계별 연구, 권위있는 위원회의 역할, 예산의 확보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결국 교육감선거를 위한 정치적 술사일 뿐이다.

6. 끌어모으지 말고 만들어내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이 작아도 마련되어야 하고,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할 연구들을 진행해야 한다.
그 후에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
당장 필요한 자료들은 다음 주제들이다. 교육적 관점이 담기지 않은 연구들은 별로 소용이 없다. 교사와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 오프라인 센터가 해야 할 일
-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역사교육 연구공간이 되어야 함
- 교사, 연구자, 전문가가 일정기간 함께 연구하여 주제별 실천과 결합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함
역사수업에서의 AI 사용 가이드
지식이론을 기반으로 한 현대사 수업 가이드
기후문제와 결합한 역사 수업 가이드
게이미피케이션 역사수업 가이드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모형을 적용한 주제 수업 가이드
국가폭력, 어떻게 가르칠까 가이드
- 교실에서 만나는 역사부정 다루는 법
- 교원연수
- 사범대 역사교육과 연계 협력
- 시민대상 특강과 교육: 서경덕식 민족주의와 전한길식 역사부정 넘어서기, 단순 특강을 넘어서 역사문해력 교육 (프레이리 사례 적용) - 국제교류: 미래사회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국제‘교사’교류
- 보수적이며 자가당착적인 국내 역사교육학계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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