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자

준비물: 초점 없는 눈, 트인 공간, 메모지

by 스물리에

멍 때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강박에 갇혔던 그동안에 멍 때린 횟수가 손에 꼽았다.


사람이 충분히 휴식을 해야만 깨달음을 얻고 결국 깨달음을 얻어야만 마음의 평안을 가져올 수가 있었다.


마음이 무겁고 해야 할 일들로 머리가 북적일 때 스스로 가벼워지자고 되뇌지만 그 '쉼' 마저 해야 할 리스트에 포함되어 버린다.


절대 마음을 텅 비워놓고 멍 때릴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벗어나려고 할수록 가슴이 답답하게 죄여 온다.


결국 그때에는 '벗어남' 그리고 '시간'이 두 가지로 해결될 수 있다.


마음속의 꼬임은 순간 해결해 내려 노력할수록 풀리지 않는 답답한 괴로움이 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본질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어내야만 한다.


어느 날 찾아오는 깨달음은 추운 날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는 그 순간처럼 마음을 얼얼하게 그리고 나긋하게 풀어준다.


책, 대화 그리고 유튜브 등 그 어느 것에서 나와 같은 상황에 닥쳤던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이 얼어붙은 마음의 근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현재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어디인지,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야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결국 삶에 있어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나는 순간들이 반복되고 나서 얻은 하나의 사실은 고뇌하는 시간이 깊어질수록 조급해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자물쇠가 알맞은 열쇠를 만나 탁 풀리듯 그렇게 지혜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고민은 잠시 마음 한편에 챙겨두면서 천천히 그리고 계속해서 고민해도 괜찮다.


그리고 그동안의 괴로운 시간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고 스스로를 기대게 해주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수많은 고민을 했지만 멍 때리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괴로움을 통해 다양한 준비물을 챙겼다면 이제 펼쳐놓고 필요한 부분만 하나씩 챙겨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멍 때릴 때 이루어진다. 바쁜 현실 속에서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니 멍 때릴 때는 아끼는 수첩과 연필 한 자루를 필수로 챙겨야 한다.


지나치는 바람, 흘러가는 구름, 푸른 숲 등 내 초점을 현혹시키지 않는 편안한 자연 풍경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장 부풀어있는 무의식을 한 가지씩 둥둥 떠오르게 만든다.


아무런 유도신문 없이 가볍게 생각이 터뜨려지는 그 순간은 나를 알아가고 정리하기에 그리고 격려하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이 몸덩이와 현실 세계에 속박되어 있는 나와 멀어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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