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52편 제발 아무 일 없이, 그 하루만

그날만큼은 무사하길 바랐다

by 문석환

한 달 전인 2021년 11월,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던 지원이와


송바이올린 원장 재화, 그리고 내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다.



근황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 이야기로 흘러갔고,


그러다 우리 학원과 송바이올린 학원 학생들이


함께하는 연주회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


한번 대관 넣어볼까?”


누군가 가볍게 던진 말이었고,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이가 대관 신청을 넣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까.



12월의 어느 날,


지원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성남아트센터 대관됐대!!”


“진짜??”


믿기지 않았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서는 무대라


대관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재화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연주회를 준비할지 의논했다.



연주 날짜는


설 연휴 바로 전날인


2022년 1월 29일 토요일로 잡혀 있었다.


가장 급한 건 연주자 섭외였다.


기존에 배우고 계신 분들 중


이미 곡을 연습하고 있던 분들께


조심스럽게 의견을 여쭤봤다.


처음엔 다들 당황해하셨지만,


몇 분이 용기를 내어


“해보겠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설득 끝에


우리 학원에서 여덟 분,


송바이올린 학원에서 두 분,


총 열 분의 연주자가 무대에 서기로 했다.


곡은 클래식 위주로,


현재 실력에서


최대한 소화할 수 있는 곡들로 정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습은 쉽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분들이 실수를 했고,


삑사리도 계속 나왔다.


‘아… 어떻게 하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할 수 있는 건 하나뿐,


연습을 독려하고


연주 날에 맞춰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것뿐이었다.



2021년이 지나고


2022년 1월,


연주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이었다.


레슨 도중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저 감기 걸린 것 같아요.


코로나인 것 같아요…”


“아… 일단 푹 쉬시고


상황 보고 연락 주세요.”


연주자 중 한 분이


몸에 이상을 느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셨다.



다행히도 음성이었지만,


연주 전날까지


마음은 계속 곤두서 있었다.


대부분 솔로 곡이었고,


단 한 곡만


클라리넷·바이올린·피아노 트리오였다.


그 곡을 위해


송바이올린 학생이


연주 전까지 두 번


우리 학원으로 와서 합주를 했다.



연주 전날,


모든 레슨을 마치고


학원 의자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제발 내일,


아무 일 없이


잘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집에 돌아와


일찍 잠들려고 했지만


걱정 때문인지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일찍 출발해야 했기에


겨우 눈을 붙였지만,


악몽을 꾼 채


아침 일곱 시쯤 눈을 떴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을 다잡아


준비물을 챙겨


차에 실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며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이 연주회가


학생분들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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