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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6

by Lan Yoon

오른쪽 윗눈썹 하나가 아래로 자라면서 눈을 찔렀다. 눈꺼풀을 들어 올린 채 족집게를 갖다 대고 여러 번 허공을 짚다가 겨우 실낱같은 속눈썹 하나를 뽑아냈다. 이렇게 작고 미약하게 보이는 것이 나의 눈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온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무에서 나온 보잘것없는 부스러기일 뿐인데도 그것이 생살에 꽂혔을 때 가해지는 고통은 분명 뽑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성가심을 안겨주었다.

그러므로 쓸모없고 하찮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는 말자. 고요한 삶을 흔드는 건 언제나 겉으로는 보잘것없고 미약해 보이는 것들이다.


그리고 김수영(1921~1968)이 쓴 시가 문득 생각났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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