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윗눈썹 하나가 아래로 자라면서 눈을 찔렀다. 눈꺼풀을 들어 올린 채 족집게를 갖다 대고 여러 번 허공을 짚다가 겨우 실낱같은 속눈썹 하나를 뽑아냈다. 이렇게 작고 미약하게 보이는 것이 나의 눈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온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무에서 나온 보잘것없는 부스러기일 뿐인데도 그것이 생살에 꽂혔을 때 가해지는 고통은 분명 뽑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성가심을 안겨주었다.
그러므로 쓸모없고 하찮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는 말자. 고요한 삶을 흔드는 건 언제나 겉으로는 보잘것없고 미약해 보이는 것들이다.
그리고 김수영(1921~1968)이 쓴 시가 문득 생각났다.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