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릴스 그리고 쇼츠까지. 이제는 숏폼이 뜬다.
1480년에 태어나 틱톡을 하는 분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비너스이다.
무슨 비너스?싶겠지만,
당신이 아는 그 비너스 맞다.
캡쳐만 보지 말고 반드시 원본 틱톡 영상을 봐주길 바란다. 설명과 해시태그, 노래에 맞춘 연출까지 아주 가관이다.
https://www.tiktok.com/@uffizigalleries/video/6834861750823701766
언뜻 언뜻 설마설마하는 가사에 놀랐을 수도 있겠다. 뭐..? 애스..? 비치..?
Nails, hair, hips, heels, ass fat, lips real
Purse full, big bills, bitch I'm a big deal
Legs, legs, face, eyes, thin waist, thick thighs
You, me, you wish, new phone, who this?
Pussy puss, puss
Give them cunt, cunt, cunt, bitch
Mama yes god when you pop that tongue bitch
This whole club is my runway, run bitch
Y'all five, four, three, twos, I'm a one bitch
Girl, what did that girl just say, girl?
Girl, I don't dance, I work
이런 가사에 보티첼리의 봄(Primavera)이라니? 어떤 인간의 계정인가 싶겠지만, 놀랍게도 우피치박물관(Uffizi Gallery)의 오피셜 계정 @uffizisocial이다.
더 웃긴건 들어가보면 죄다 작품으로 패러디해놓은 영상 뿐이다.
메두사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결에서 메두사는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이 되어 땅에 떨어져버리는 영상이라든지, 우울한 표정을 한 회화를 모아 #bluemonday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올린다든지 하는 식이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도 많고 역사가 깊은 박물관이라고 하면 대중에게 영감을 주거나 교육을 목적으로 컨텐츠를 제작할 만도 한데 우피치박물관의 틱톡의 행보는 독특하다. 아니 독특한 게 아니라 틱톡스럽다는 표현이 훨씬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작년에 우피치 미술관 틱톡 담당자인 Ilde Forgione가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했던 기사를 보면, 틱톡에 대한 생각이 참 재미있다. "바보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다른 시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원래 예술은 지루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가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Maybe it looks a little stupid, but sometimes you have to give people a different point of view, something that says, ‘Art is not boring. Art is not something you just learn at school. It’s something you can discover for yourself.’”
https://www.nytimes.com/2020/06/24/arts/design/uffizi-museums-tiktok.html
그는 틱톡을 위해서 틱톡을 한게 아니라, 그냥 요즘 사람들의 방식으로 우피치미술관에 있는 예술을 더 재미있게 즐기도록 했을 뿐이다.
우피치미술관 말고도 꽤 많은 유명 미술관이 틱톡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특별한 컨텐츠 없이 작품을 보여주거나, 박물관을 소개하는 수준이라 그런 것들은 팔로워도 조회수도 일반 계정보다 낮다. 특색있는 컨텐츠로 Z세대의 눈길을 끌고있는 두 계정만 소개해드린다.
스페인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museodelprado)은 밈보다 작품을 더 가까이서 자세히 보여주거나,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 등을 공유해준다.
https://www.tiktok.com/@museodelprado/video/6922412257284459782
영국의 블랙 컨트리 리빙 박물관(@blackcountrylivingmuseum)은 한국으로 치면 민속박물관같은 느낌인데, 각각의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산업혁명시대의 생활상을 연기한다. 1899년대의 도시락 싸는 방법이나 1920년대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조언해주는 컨텐츠가 많고, 퀄리티도 높다.
https://www.tiktok.com/@blackcountrylivingmuseum
보통 미술관에서는 사진도 못찍고, 말 한마디 못한 채로 몇 시간씩 작품을 감상하다가 피곤하게 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몇 백 점의 작품을 보고 돌아오더라도 유명하지 않고서야 기억에 남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하지만 틱톡에서 만나는 작품은 활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유쾌한 음악이나 상황극이 시작되면 박물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때보다 더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한다. 어떤 방식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는 확실해보인다. 실제로 우피치미술관은 틱톡 마케팅 이후 25세 미만 방문자 비율이 전년대비 2배로 뛰었다고 할 만큼 효과를 톡톡이 보고 있다.
In June, July and August 2020, 34-45 percent of all visitors to the museum were aged 0 to 25, compared to just 18-28 percent in the same period in 2019.
우피치의 틱톡 사례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원작자인 보티첼리나 카라바조가 살아있었다면 정말 재미있어 했을 거라고. 자신의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을 같이 틀어준다거나, 질감 표현이 잘 된 부분을 확대해준다거나 하는 반응을 보며 얼마나 즐거웠을까.
오늘 틱톡에는 클래식에 모던을 곁들여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