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릴스 그리고 쇼츠까지. 이제는 숏폼이 뜬다.
틱톡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는 '숏폼 컨텐츠'라고 불리운다. 말 그대로 짧은 형식이라는 뜻이다.
사실 숏폼, 그리고 그 반댓말인 롱폼은 원래 텍스트 기반의 디지털 컨텐츠를 글자수 기준으로 분류할 때 통용되던 용어이다. 텍스트 컨텐츠에서의 숏폼에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의 포스트나 광고 카피, 사진 아래 달리는 디스크립션이 해당한다. 대개 100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상상하면 된다. 반대로 롱폼은 블로그 포스트나 E-book 등이 해당한다. 글자수로 따지면 2000자 이상으로 스크롤을 깨나 내려야 하는 글이다.
텍스트 컨텐츠를 시초로 한 용어가 어떻게 틱톡에도 적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원을 살펴보면 (영상 베이스의) 숏폼에 대한 이해가 매우 쉬워진다. 예를 들어보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 권의 책을 짧게 요약한 글이 있다. 몇 초만 투자해서 서평을 읽고 나면 마치 책을 다 읽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영상도 마찬가지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시작부터 결말까지 짧게 요약해놓은 유튜브가 있다. 영상을 틀어놓고 밥을 먹으면, 마지막 숟가락을 뜰 때 쯤에는 새드 엔딩인지 해피 엔딩인지 알 수가 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효율적일 수가 없다. 주인공이 귀인을 찾아 길을 떠나는 장면이나, 한 컷 밖에 안나오는 조연과 말을 섞는 장면처럼 없어도 영화의 맥락과 주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면 과감하게 삭제하고 하이라이트만 남겨놓는 것. 이 것이 숏폼이다.
틱톡, 릴스, 쇼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훨씬 짧고 간결하게 만들어버렸다.
비디오 재생 길이는 최대 3분을 넘지 않게 하고, 핸드폰을 가로로 돌리는 시간도 아까워 세로로 촬영하고 시청하게 만든다. 영상이 진화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문법이 등장한 것이다.
숏폼은 정의된 것이 없고, 정의되어져가는 과정에 있다. 구글링해보면 숏폼을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라고 정의해놓은 기사나 블로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솔직히 10분은 너무 길어서 요즘 시대에는 롱폼에 속한다고 본다. 차라리 각 플랫폼이 기능적으로 숏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자.
숏폼의 시초 틱톡은 앱 초기에 15초만을 허용했고, 팔로워가 1만인 경우 60초 짜리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2019년 하반기 쯤에 조건없이 모든 유저가 60초 짜리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다, 저번주인 2021년 7월 초에 3분짜리 영상도 올릴 수 있도록 업데이트 하였다.
인스타그램 릴스는 최대 30초의 영상을 지원하는데, 인스타그램에는 1분을 초과하는 영상은 IGTV 기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두 기능 사이에 차별점을 가지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쇼츠는 최대 60초, 사실 60초 짜리를 올려봤는데 아슬아슬하게 쇼츠로 업로드가 되지 않았던 걸 보면 59초 정도의 분량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60초 미만이더라도 가로형일 경우에는 쇼츠로 넘어가지 않는 특징도 있다.
귀납적으로 숏폼을 정의해보면 1분 이내의 세로형 동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틱톡이 최근에 3분짜리도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조금 걸리기는 하는데, 아마 롱폼 컨텐츠를 수용해서 유튜브 등과 경쟁해보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이미 최대 1분까지 업로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틱톡 컨텐츠는 30초 미만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지금 3분 이상의 컨텐츠를 게시할 수 있다고 해서 3분에 특화된 컨텐츠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틱톡에서는 대중 음악 길이가 3분 내외이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컨텐츠를 보다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기존 30초 미만의 컨텐츠를 이어 붙여서 새로운 시리즈를 만드는 것부터 크리에이터와 유저가 3분짜리 영상에 익숙해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틱톡에서는 틱톡 longs 기능을 업데이트할 지도 모를 일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지금까지 1900자가 넘도록, 곧 롱폼 컨텐츠에 도달할 정도로 자세하게 숏폼에 대해 적어뒀지만 가장 쉬운 것은 숏폼을 직접 보는 것이다.
아래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틱톡에서 직접 운영하는 계정으로 틱톡에서 가장 흥한 컨텐츠가 업로드된다. 글로벌 틱톡의 트렌드가 궁금하면 이 계정을 팔로잉하면 된다.
https://www.instagram.com/tiktoktrends/
글을 쓰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올라온 영상을 보겠다.
https://www.instagram.com/p/CQ3zDLkt3Ef/
주인이 다람쥐를 위해 먹이를 준비하고, 손을 펴고 있으면 저 멀리서 다람쥐가 뛰어와서 먹이를 먹는 30초 남짓되는 숏폼 컨텐츠이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롱폼 컨텐츠라고 생각해보자.
주인은 주방에서 다람쥐를 위해 먹이를 고른다. 어제는 땅콩을 줬으니까 오늘은 마카다미아를 줄까? 아니면 가장 좋아하는 특식 피스타치오를 줄까? 주인이 독백한다. 먹이가 들어있는 플라스틱통을 열면서 이 먹이는 어디 사이트에서 구입했는지, 브랜드는 무엇인지 정보를 준다. 주인은 손에 먹이를 옮겨담고 마당으로 간다. 저희 스퀴지(다람쥐)는 부르면 달려와요.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밥먹어~라고 외치면 깡총깡총 뛰어오죠. 오늘은 어디에 있을까요? 또 주인의 독백이다. 아직도 다람쥐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지루해서 10초를 건너뛴다. 아직도 다람쥐를 부르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듯 하다. 또 다시 10초 건너뛰기. 이제야 멀리서 다람쥐가 뛰어온다.
숏폼의 매력이자 마력은 이런 것이다. 불필요한 서사가 없다. 그저 본론과 하이라이트만 있을 뿐이다. 집중하지 않아도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고, 말 그대로 지루할 틈이 없다. 애초에 지루한 장면은 다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신기하고 웃긴 장면만 남게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틱톡을 보다가 이해가 안된다? 2초도 안돼서 다음 영상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숏폼 시청자의 습성이다.
만약 틱톡이나 릴스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이 것 하나만 기억해라. 다 잘라내도 괜찮으니까, 일단 다 들어내라. 그거 다 보는 사람은 없다. 어차피 재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