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의 독후감 숙제

사무치게 그리울 온기

by copeadee

숙제를 도와주는 내내 내 다리와 그녀의 다리가 자꾸 만난다.

열심히 흔들며 숙제를 하는 그녀의 다리와 내 다리가 만날 때 우리는 연결을 느낀다. 우린 굳이 그 마찰을 피하지 않는다.

그녀의 계산된 행동인 걸 알기에 그렇게라도 엄마랑 놀고 싶은 걸 알기에 가만히 다리를 내어준다. 제모를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 가시 같이 돋아 나 있는 나의 까스러운 털마저도 여리고 부드러운 살 결로 연신 비벼댄다. 마치 가시가 돋은 나의 말투와 짜증 섞인 태도마저도 사랑해 주는 아이의 조건 없는 사랑을 대변하는 듯싶다.


밖에 나와 잠깐 짬을 내 숙제를 하는 아이가 그저 대견해 종이를 반 접어 그녀에게 부채질을 해준다. 나를 닮은 건지 아프리카에서 살아서인지 어린데 벌써 죽근깨가 세 개가 보인다. 한 달 전엔 한 개였는데… 매일 아침 선크림을 바르는데도…

그녀의 머리칼이 내 부채질 때문에 볼을 간지럽히길래 조용히 귀 뒤로 넘겨준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냐 라는 질문에 쓰는 학교 단짝 친구 이름. 왜 주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는 ‘나도 몰라’라고 대답한다. 평소 같았음 종이에 내가 이유를 적어 받아 적으라고 시킬 텐데 그녀의 솔직한 마음과 성의 없는 태도를 그대로 담을 생각이다.

“그럼 네가 아이돈노우 적어 “ 신나서 적는다 “ I don’t no” 그냥 둘까.. 하다, ‘know’만 알려준다. 그녀는 숙제를 할 때 의견이 많다. 처음엔 그 의견을 누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썼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상담하고 그녀의 지금 태도와 의견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사실 독후감 숙제에는 답이 곧 그녀의 의견이다. 그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다. 그걸 내가 막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만큼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오답 노트는 버리고 본인의 삶의 답을 방해 없이 써 내려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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