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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y 01. 2024

늑대는 토끼를 잡아먹었을까?『늑대들』

늑대들(글/그림 에밀리 그래빗)

늑대들

글/그림 에밀리 그래빗

옮김/이상희

비룡소

 2019.06.21

2005 케이트그린어웨이상


어느 날 웨스트벅스 토끼 굴 공공 도서관에서 엽서가 옵니다. 『늑대들』이라는 신간이 도착했다는 안내엽서에요. 토끼는 도서관에 가서 『늑대들』을 빌립니다. 집에 돌아온 토끼는 편안히 앉아서 책을 봅니다. 토끼가 책에 빠져들면서 책과 현실의 경계가 어그러지기 시작하고, 어느새 책 속의 늑대는 토끼가 사는 세상으로 나와 있어요. 늑대는 책 뒤에 몸을 반절쯤 숨기고 토끼를 노려보아요. 늑대는 점점 커지고 순진한 토끼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해요. 늑대는 토끼를 사납게 노려봐요. 이어지는 페이지에서는 책이 어떤 날카로운 것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있습니다. 한쪽 귀퉁이는 아예 떨어져 나갔고요.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토끼는 보이지 않고요. 토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아는 옛이야기 속의 늑대는 대부분 포악하고 교활하며 힘없는 동물을 잡아먹는 나쁜 동물이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늑대를 만납니다. 늑대는 채식주의자였어요! 토끼와 늑대는 잼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더없이 가까운 친구가 되었답니다.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나요? 

『늑대들』은 ‘책 속의 책’기법을 활용하여 반전을 선사합니다. ‘책 속의 책’ 기법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느끼게 합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자신과 토끼를 동일시하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늑대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몸집을 불리지요. 늑대의 모습은 영락없이 토끼를 노리며 다가오는 맹수의 모습입니다. 독자는 토끼에게 소리치고 싶을지도 몰라요. “이봐! 늑대가 바로 뒤에 있잖아! 어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라구!” 갈가리 찢긴 책 속의 『늑대들』 책을 보며 깜짝 놀라고 있을 찰나,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늑대는 채식주의자니까요. 토끼는 안전할 테니까요. 

『늑대들』은 영국 작가 에밀리 그래빗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그녀는 이 책으로 영국 최고의 그림책상인 케이트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에밀리 그래빗은 여러 재료를 붙인 콜라주 기법과 더불어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책 속의 책’형식을 취했습니다. 또한 도서관 대출카드나, 마지막 페이지의 도서반납독촉엽서까지 토끼가 사는 세상에 현실 세상이라는 것을 강조했어요. 늑대가 책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점차 무너집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세계는 완벽히 하나로 통합되어 독자는 더는 현실과 동화 속 세상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상황을 만들어서 독자가 스스로 책의 결말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중의적인 결말을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왜 늑대를 찢어진 종이로 표현했을까요? 분명 둘은 친구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지만 찢긴 종이로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토끼와 늑대를 보니 그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늑대가 책 밖으로 나온 게 맞을까요? 아니면 토끼가 책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일까요? 토끼가 책으로 들어갔다면 약간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단지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알쏭달쏭한 느낌만 남겨둔 채,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보면 토끼에게 온 여러 개의 우편물을 볼 수 있어요. 토끼에게 온 우편물로 보아, 토끼는 책 속에 있지만 진짜 존재하는 인물 맞는 것 같아요. 그가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있다면, 혹은 토끼가 『늑대들』이라는 책을 읽고 그에 들어가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친 것이었다면, 우편물은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고, 만약 정말 잡아먹혔다면 주인이 없어진 집에 계속 쌓이고 있는 우편물이 되겠지요. 독자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책이기에 결말도 직접 상상해보면 재미있겠네요.  

                                                                                  

이해질문     

· 토끼가 책을 읽을 때 책 뒤로 나타난 늑대는 책에서 나왔을까? 아니면 토끼가 읽는 책 속의 그림일까?

· 토끼가 늑대의 얼굴 위에 있을 때 잠시 책을 내려놓고 눈을 크게 뜨지. 이때 토끼는 자신이 늑대의 얼굴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까?

· 토끼에게는 왜 책 반납을 요청하는 편지가 왔을까?

· 늑대의 표정을 보면 어떤 감정이 들어?

· 만약 네가 ‘늑대들’책을 읽을 때 책 속의 늑대가 현실로 나온다면 어떻게 할래?

· 책 속의 세계와 현실 세계과 서로 섞이는 다른 책을 알고 있니?

· 늑대가 토끼가 읽는 책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 늑대는 자신의 몸 위를 걸어 다니는 토끼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 네가 지금 읽고 있는 책과 토끼가 읽고 있는 책은 같을까? 다를까?

· 만약 늑대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토끼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질문     

· 이 책과 『아기돼지 세 마리와 늑대』이야기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를까?

· ‘작가는 이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늑대에게 잡아먹힌 토끼는 한 마리도 없다는 사실을 말해 두고자 합니다. 이것은 지어낸 이야기죠’라는 메모가 있잖아. 이 말은 사실일까? 진짜 늑대에게 잡아먹힌 토끼가 없을까?

· 늑대에게 잡아먹힌 토끼가 없다면 빨간색으로 찢긴 종이는 왜 있을까?

· 작가가 준비한 또 다른 결말은 무엇일까?

· 우리는 늑대에게 어떤 고정관념이 있을까?

·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 당연한 일일까?

· 왜 우리는 늑대가 채식주의자라고 쓰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토끼를 잡아먹었다고 의심할까?

· 늑대는 책 속에서 밖으로 나와서 토끼의 현실이 되었을까?

· 토끼와 채식주의자 늑대가 친구가 된다면 둘은 뭐 하고 놀까?

· 왜 작가는 토끼가 살아있는지, 잡아먹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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