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 Apr 24. 2024

달이 녹고 있어!『달 샤베트』

달 샤베트(글/그림 백희나)

달 샤베트     

글/그림 백희나

책읽는 곰

2014.05.31   

2022 보스톤 글로브 혼북  


할머니는 연신 부채질을 합니다. 부채는 연신 더운 바람을 토해냅니다. 밤이 되었지만 아직도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연신 땀을 흘리는 데 비해, 불빛은 등이 고슬고슬합니다. 불빛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는 모두 창문을 꽁꽁 닫고 있어요. 온종일 윙윙거리며 차가운 바람을 토해내는 에어컨 덕분입니다.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달리기하는 선풍기 덕분입니다. 꽁꽁 닫혀 있는 창문은 집 한정 시원함을 제공합니다. 불빛은 점차 눅눅해진 과자를 먹은 것처럼 나른해져 갑니다.  

그때 어디선가 똑! 똑! 똑! 소리가 들립니다. 달은 더위에 지쳐 눈물을 흘립니다. 달은 태양의 손톱 한 조각, 아지랑이, 사람들의 뜨거운 숨결을 지니고 흘러내립니다. 할머니는 급히 달 방울을 받아 얼려 샤베트를 만들어요. 이웃들은 할머니가 준 달  베트를 홀린 듯 바라봅니다. 달은 눈의 냉기를 머금었습니다. 극지의 서늘함이 몸속의 아지랑이를 몰아냅니다. 달빛을 품어서 달맞이꽃인가요. 달맞이꽃 향기가 나서 달빛인가요. 달빛은 오로라 펄럭이는 남극부터 굽이굽이 빙하가 쏟아지는 아이슬란드의 해안의 물개의 숨결을 담아 옵니다. 지구의 얼굴과 뒤통수까지 고루 빛을 뿌려주었던 달맞이꽃입니다. 이제 그의 서늘한 빛은 한 올의 흔적도 남지 않게 잔광조차 모아서 부지런히 옵니다. 이제 할머니는 더는 부채질을 하지 않습니다. 달 샤베트가 그녀를 오로라 한가운데로 데려갔으니까요. 토끼의 눈웃음도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달샤베트』는 2020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백희나는 『구름빵』, 『달샤베트』, 『삐약이 엄마』, 『알사탕』등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그림책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녀는 『달샤베트』에서 2차원의 종이인형을 3차원의 실물배경 위에서 촬영하여 평면과 입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은 12가구가 모여 사는 자그마한 아파트입니다. 백희나 작가는 우체국 택배 상자로 각 호실 내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니어처는 현실에 있을만한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와 정돈되지 않은 집 안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입체적인 아파트에 비해 등장인물은 평면으로 표현했습니다. 배경과 등장인물은 서로 다른 양감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빛입니다. 백희나 작가는 미니어처 세트에 조명을 각각 달고 전등 빛, 달빛, 샤베트의 불빛, 달맞이꽃의 빛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때로는 서늘하게 그려냈습니다.

작가는 종종 나이 든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곤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반장 할머니가 나서서 기후변화에 대한 작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기상이변은 모두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구는 더워지다 못해 도저히 견디기 힘들 정도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고, 건조한 날씨에 따른 산불,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긴 장마가 계속되었습니다. 에어컨을 트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7월 무렵부터 틀던 교실의 에어컨은 어느새 5월이면 가동을 시작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4월부터 더위를 견디지 못하기도 합니다. 벚꽃이 피는 날짜는 해마다 당겨지고 만개한 벚꽃은 그만큼 빨리 떨어져 버립니다. 언젠가는 달조차 녹아내릴지 몰라요.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던 달이, 우리 때문에 녹아버립니다. 그러나 달은 녹은 후에도 사람들에게 시원함이라는 선물을 줍니다. 자연은 우리 탓에 고통당하지만 아직 회복하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반장 할머니는 더 늦기 전에, 더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같이 노력해보자고 합니다. 작가는 우리가 모두 조금씩 불편해지자고 이야기합니다. 쌩쌩 틀던 에어컨을 조금만 덜 틀자고요. 모두가 반장 할머니가 되어 보자고요.

                                                                                 

이해질문     

· (표지를 보며) 위 아래층과 비교하여 반장 할머니의 집은 어떤 점이 다를까?

· 커다란 달은 왜 녹아내렸을까?

· 달 방울은 어떤 느낌일까? 차가울까? 따뜻할까? 어떤 색일까?

· 달 물로 달 샤베트를 만드는 것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달샤베트는 어떤 맛이 날까?

·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고 자면 어떤 점이 좋을까?

· 정전을 경험해본 적 있어? 불편했어? 아니면 재미있었어? 

· 우리 집 앞에 달 물이 떨어진다면 너는 뭘 하고 싶니?

· 여름날에 모두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켜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니?

· 반장 할머니는 달 물로 만든 달샤베트를 먹고 주민이 시원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생각질문     

·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켜던 주민과 달샤베트를 먹고 난 후 창문을 활짝 열고 자는 주민은 어떤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일까?

· 작가는 왜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 주는 것으로 달을 선택했을까?

· 전기 절약과 시원함은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것일까?

· 환경은 꼭 보호해야 할까?

· 우리는 전기를 왜 아껴야 할까?

· 지나치게 전기를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 모든 사람이 덥다고 에어컨을 쓰면 어떤 일이 생길까?

·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을 알고 있니? 이 캠페인은 무엇을 위해 하는 걸까?

· 우리가 할 수 있는 전기를 절약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 한 사람의 작은 전기절약도 도움이 될까?

이전 12화 괜찮아, 잘 될 거야『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