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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y 15. 2024

탐욕의 끝『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글/제임스 서버, 그림/윤주희)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

The Tiger Who would be King     

글/제임스 서버, 그림/윤주희

옮김/김서정

봄볕     

2015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어느 날 아침 정글에서 잠이 깬 호랑이가 자기 짝에 말합니다. “나는 동물의 왕이야.”동물의 왕은 사자라는 아내의 대답에 호랑이는 코웃음을 칩니다. “우리는 변해야 해. 모든 동물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잖아.” 호랑이는 사자의 굴 앞에 가서 도발합니다. “나와라. 나와서 동물의 왕을 맞이해라! 왕은 죽었다. 새 왕은 만수무강할지어다!” 호랑이와 사자는 곧 무시무시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들의 싸움은 단지 둘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 싸움은 모든 동물이 합세한 무시무시한 전쟁으로 커집니다. 몇몇은 호랑이 편을 들고, 몇몇은 사자 편을 들었죠. 이윽고 전쟁이 잠잠해졌을 때, 남은 건 호랑이뿐입니다. 모두가 죽고 호랑이만 살아남았으니까요. 이제 그는 아무도 없는 정글에서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정글의 모든 동물이 변화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동물들이 직접 말한 게 아닌 호랑이의 입을 통해 듣는 말이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호랑이에겐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죠. 호랑이가 내세운 명분은 합당한 근거가 없습니다. 호랑이는 그냥 왕이 되고 싶었고, 권력을 손에 쥐고 싶었습니다. ‘승자독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싸움이나 경기 따위에서 이긴 사람이나 단체가 이익 따위를 다 차지함을 뜻합니다. 갖고 싶은 대상은 적은데 갖고 싶은 사람은 많을수록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해요. 승자독식을 위한 경쟁은 종종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호랑이와 사자도 진흙탕의 개들과 다름없습니다. 호랑이는 동물의 왕이 되어 그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사자는 자신의 권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진흙탕에서 싸우는 볼썽사나운 개가 되었죠. 어느덧 주변의 동물들도 싸움에 끼어듭니다. 개미핥기부터 얼룩말에 이르기까지 동물 모두가 이 난장판에 뛰어듭니다. 누구는 호랑이의 편을, 누구는 사자의 편을, 누구는 양쪽 편을 다 들기도 합니다. 몇몇은 그저 싸우기 위해서였죠. 동물들은 누가 왕이 되면 자신에게 이익이 될까 고민했을 거예요. 전쟁은 끝났지만 살아남은 동물은 호랑이 하나뿐입니다.

이 책은 미국 유머 작가 제임스 서버의 단편을 토대로 일러스트레이터 윤주희가 새롭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서버는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상태에서 점차 다른 쪽 눈까지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는 완전히 실명된 상태에서도 계속 탁월한 글을 써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윤주희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판화가로 이 책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사용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단 2가지 색으로만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주황과 초록을 베이스로 한 판화작업은 색의 겹침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효과가 나타납니다. 시작은 2가지 색이지만 주황색, 초록색, 흰색, 갈색으로 확장되어 표현됩니다. 동물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장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양쪽 페이지를 넓게 펼쳐서 길게 이어진 싸움장면은 마치 영화 300의 한 장면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표현한 것처럼 격렬합니다. 사납게 달려드는 동물들의 표정과 판화 특유의 거친 느낌이 그들의 전쟁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의미한 것인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호랑이는 아무도 없는 정글에서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경쟁에서 이겼으니, 싸움에서 승리했으니 행복할까요? 사랑하는 가족도, 같이할 친구도 없는 정글에서 왕이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싸움에서 이긴 수탉은 자신의 목숨으로 값을 치렀습니다. 전쟁에서 이긴 호랑이는 아무도 없는 정글에서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겠죠. 무리한 욕심의 결과는 이렇듯 참혹합니다. 명분 없는 싸움은 목적을 잃어버렸습니다.                                                                                            

이해질문     

· 왜 호랑이는 동물의 왕이 되고 싶을까?

· 호랑이와 호랑이의 아내는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까?

· 아기호랑이가 앞발바닥에 가시가 박혔다고 상상하면서 칭얼거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 정글의 모든 동물은 왜 싸움에 끼어들었을까? 

· 호랑이 편을 든 동물과 사자의 편을 든 동물들은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 우리는 각자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니?

· 호랑이 또는 사자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

· 너는 옛 질서와 새질 서 중 어느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 네가 보았던 호랑이와 같은 사람은? 사자와 같은 사람은? 

· 너에게 권력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어?     

                                                  

생각질문     

· 초록과 빨강으로만 그림을 그린 이유가 있을까?

· 만약 내가 속한 집단에서 싸움이 난다면 호랑이와 사자, 동물 중 어디에 가까울까?

· 호랑이와 사자 편을 든 동물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랬을까?

· 아무도 없는 정글에서 혼자 왕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왜 사람들은 권력을 갖고 싶어할까? 자신의 목숨을 버릴 만큼 권력이 좋을까?

· 모두가 죽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랑이와 사자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 만약 호랑이가 왕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 우리는 왜 욕심이 생기고 조절하기가 힘들까?

· 호랑이가 혼자 왕이 된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 진정한 왕이란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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