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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의 '남자의 탄생'

by 수근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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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곱 난장이의 탄생


전인권씨의 남자의 탄생은 참 많은 공감을 줍니다. 대한민국이라면, 남자라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형제가 있다면, 더욱이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위의 사항에 모두 부합합니다. 그리고 내가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책으로 잘 쓴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면이나, 이중적인 모습들이 책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그러한 여러 모습을 ‘동굴 속의 황제’라고 표현했습니다. 나는 ‘일곱 난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곱 난장이에서 일곱은 나의 다중적인 모습을 말하고 싶었고, 또한 난장이라고 한 것은 나의 다중적인 면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 자신은 한없이 작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면을 페르소나 혹은 가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항상 여러 나 사이에서 괴리를 항상 느끼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서 진정한 나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모두가 나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변하려고 하고, 노력도 하지만 결국 또 다른 여덟 번째 난장이가 탄생할 뿐이었습니다. 나의 난장이들은 백설공주 앞에서 다르고 왕자 앞에서 또 다릅니다. 내가 아니라 나와 대면하고 있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선배 앞에서는 착하고 공손한, 친구들 앞에서는 바보같이 행동도하고, 후배 앞에서는 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해왔습니다. 나의 난장이들은 평소에는 그때그때 변하면서 별 무리 없이 난장이로 살지만 상대가 복잡해지면, 어디에 맞추어서 어떤 난장이를 꺼내야 할지, 그리고 나의 다양한 난장이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또다시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내 난장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착한 척을 합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나를 숨기고, 작은 난장이를 내보내고는 합니다.

왜 이렇게 나에게는 난장이들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이는 책에서처럼 유년기에 정해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예절을 가르쳤습니다. 어머니 역시 예절을 중시 하셨습니다. 또한 착한아이여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4살 차이의 형이 있었는데 형의 시행착오들을 보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욕구와 열망을 접고 남들이 보기에 좋다고 하는 행동을 하면 좋은 시선으로 저의 난장이를 바라봐 주었습니다. 그 달콤함에 빠져 결국 이런 상황에 나오는 난장이, 저런 상황에서 나오는 난장이, 이사람 앞에서 나오는 난장이, 저사람 앞에서 나오는 난장이등 점점 난장이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내 욕구와 열망을 계속 지켜가게 되면, 뒤에 따라오는 험난함보다 난장이를 꺼내놓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저는 저 자신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는 시선을 중시 했고, 그로인해서 눈치만 보게 되고 제 자신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나 자신을 잊어버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처럼 자신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하는 글쓰기는 아직 부끄럽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안에 난장이를 죽이고, 그 자리에는 내 자신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솔직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에게 우선 솔직해지고, 그리고 나와 마주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글은 2010년을 전후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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