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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by 수근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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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 뮐러 같은 사람


내 주위에는 뮐러 같은 사람은 어디 있을까? 주위에서 찾아보았다. 하지만 쉽게 ‘이 사람이다.’ 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뮐러는 나와 비슷한 사람 인 것 같다.

뮐러는 자신을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수혜자로서 잘못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독일인의 한 사람으로써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에 대한 사죄는 해야 하지만, 이런 죄를 지은 자들은 독일인 전체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라 할 수 있는 전체 독일인이 지은 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을 구제하기 위해서 그들을 고용한 것이며, 그것을 목적으로 만든 회사이다. 독일 상부의 명령(유대인에게 동정심을 주지 말라.)을 지키지 않을 수 없기에 겉으로는 아닌 척 위장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비는 그를 파렴치한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 한쪽 눈만 뜨고 다른 쪽 눈을 감은 인물 중 한사람이고, 착하고 소심하며 정직하면서 무기력하다. 대다수 독일인과 마찬가지로 당시 자신의 무관심이나 무기력을 무의식 속에서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역사 속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그들을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라고 말한다. 특히 근현대사에서는 그러한 인물들이 많이 보인다. 흔희 청록파라고 하는 시인집단을 나는 비판한다. 그들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당시에 엘리트층이며 지식인 집단이다. 하지만 그들은 친일을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일본의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기에 그냥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눈을 다른 쪽으로 돌려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생각해보면, 말로는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행동하는가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모습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다. 나 하나가 행동한다고 해서 바뀌나, 아님 나는 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못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행동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는 내가 군대를 전역하고 생각했던 행동중 하나는 봉사활동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위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에 봉사활동 단체에 가입하여, 알아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실제로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변명을 하자고 한다면 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나의 의지부족이다. 이런 예는 여러 가지가 있다. 평소 정치인에 대해서 비판하지만, 내가 행동하지 않는 것, 신자유주의 철폐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등 이러한 나의 자기모순에 빠져있다. 그리고는 나는 적어도 생각이 없는 것보다는 났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위로를 한다. 결국 나 역시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뮐러와는 아주 조금은 다른 점은 약간이나마 나의 아이러니를 알고 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 물론 그래봤자 오십 보 백 보이고 이 역시 자기위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글은 2010년을 전후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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