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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의 또다른 사용법

by 수근수근
KakaoTalk_20250526_084307378.jpg 어디서든 잘자라는 쑥

수근수근문화일기

일시 : 2025년 5월 11일(일)

장소 : 강원도 영월


쑥은 사용이 많은 식물이다. 약으로도 사용되고, 식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뜸이나 좌훈 같은 용도로도 사용되며,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자라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친근한 식물이다.


하지만 농부에게는 아주 성가신 존재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기 이름처럼 쑥쑥 자라는 쑥은, 밭에서는 사용이 많은 식물이 아니라 잡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뿌리도 억세고 땅을 꼭 붙잡고 있어 잘 뽑히지도 않는다. 생명력까지 강해 뿌리까지 제대로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곧 그 자리에 다시 쑥이 돋아난다.


지난번 농사일을 도우러 갔을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식물 역시 쑥이었다. 하염없이 쑥을 캐면서, 어릴 때 방학마다 시골에 와서 쑥을 일반적인 용도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도시 사람인 나는 시골 환경을 잘 모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골살이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아랫마을에 거주하는 '만옥이 형'이었다. 만옥이 형은 나의 친형과 동갑으로, 나와는 네 살 터울이었다. 시골은 깡촌이라 비슷한 나이대가 없었고, 나와 형은 여름 방학 내내 만옥이 형과 함께 시골 아이들처럼 지내며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쑥의 다양한 사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습기 제거제로의 활용이다. 물속에서 족대를 가지고 작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여름놀이의 대표였다. 그런데 물속에서 물고기를 보기 위해서는 수경을 착용해야 했고, 그 수경은 물 속에 들어가면 금방 습기가 차서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럴 때 물가에 자란 쑥을 한 움큼 뽑아 물에 빻아 즙을 내고, 그 즙과 빻은 쑥으로 수경을 닦으면 놀랍게도 한동안 습기가 차지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쑥뿌리 올가미 낚시이다. 농사 지을 때 쑥이 성가신 이유가 억센 뿌리 때문인데, 이번에는 그것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쑥뿌리는 낚싯줄처럼 가늘고 길며 억세다. 그래서 그 뿌리로 올가미를 만들어 미꾸라지처럼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의 머리에 씌우고 잡아당기면 쉽게 잡힌다. 이러한 낚시 방법은 주위에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고,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그 지역에서만 쓰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KakaoTalk_20250526_084307378_01.jpg 낚시줄같이 가늘고 긴 쑥의 뿌리


이러한 짧은 나의 시골살이 추억 속에서도 쑥의 여러 가지 사용 방식이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방식들은 만옥이 형 역시 마을의 누군가에게 배웠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전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골살이에서도 이러한 문화가 불현듯 떠올랐듯이, 아마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전승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의 조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난번 나는 문화의 전승을 이어가 보겠다고 새끼꼬기를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새끼꼬기는 현재 짚풀공예라는 명칭으로 문화로 인정되고 전승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전승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발굴하여 전승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화의 조각들이 모여 결국에는 그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이 된다. 쑥의 다양한 사용 방식도, 그중 하나였다.

짚풀공예 배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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