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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근수근 Jul 06. 2024

일본의 지역 커뮤니티를 배우다1

잘된 기획과 운동가가 아와지섬을 변화시키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일자리 창출, 공동화, 고령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문화적 접근이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모색하고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평택문화원’의 직원으로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17 선진지역문화정책연수 및 국제문화네트워크 구축사업 경기도 문화원 실무자 기획연수’에 참여하여 지난 7월 5일부터 8일까지 일본 효고현 아와지섬를 살펴보고 온 사례를 다루고자 한다.  

- 글쓴이 주 -     


○ 일본 효고현(兵庫縣) 이와지섬(淡路島)는?                                                                                  

아와지시마 위치도
아와지시마


 효고현은 교토와 오사카 서쪽에 접하여, 북쪽으로는 동해, 남쪽으로는 세토내해(혼슈 서부와 시코쿠 사이의 내해)에 면하며, 현청소재지는 고베이다. 1995년 1월 한신·이와지대지진이 일어난 곳으로 이 지진은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으며, 6,300여 명이 사망했다.

 효고현에 속한 아와지섬은 혼슈 서부와 시코쿠 도쿠시마현 사이의 섬으로 면적 약 595㎢, 인구 약 14만 명이며, 행정적으로는 아와지시(淡路市), 스모토시(州本市), 미나미아와지시(南淡路市)로 나뉘고, 이중 스모토시가 중심도시 역할을 한다.

 이 아와지섬은 약 500년의 역사를 지닌 아와지 닌교조루리(人形劇)와 헤이케 전설 등이 남아있는 등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섬이며, 도미와 갯장어, 복어 등의 어패류가 풍부하고 양파, 양상추 등 각종 집약적 농업과 낙농이 이루어지고 있는 속이다. 또한 일본의 다른 농어촌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감소와 함께 노령화, 공동화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하타라보지마(ハタラボ島) 협동조합은?                                                         

하라타보지마 로고

 ‘일하는 보물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하타라보지마’ 협동조합을 알기 위해서는 그 전신인 ‘아와지하타라쿠가타치연구섬(淡路働く形硏究島)’을 알아야 한다.

 아와지섬의 ‘새로운 일의 형태를 연구한다’는 뜻의 아와지하타라쿠가타치연구섬(이하 연구섬)은 후생노동성 사업을 위탁받은 ‘지역고용창조추진사업’의 일환으로 효고현의 지원, 아사히맥주의 후원을 받아 2012년부터 4년 동안 추진된 기획이다. 이 연구섬은 일본사회의 전체적인 문제인 노령화, 인구감소와 더불어 농어촌지역인 아와지섬의 공동화, 청년인구의 도시이동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접근했다.

 이 연구섬은 2016년에 마무리 되었고 연구섬에 참여한 주요 인력은 하타라보지마 협동조합으로 계승됐다. 하타라보지마 협동조합은 연구섬 이후에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일련의 기획을 통해서 지역 커뮤니티에 녹아들었고 자신들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의 목적은 기획을 통해 아와지섬에서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 기획에 함께 참여하거나 혹은 옆에서 목도하고 수혜를 받음으로서 새로운 자극되어 넓게 퍼지는 선순환구조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운영하고 있다.

 이 기획의 주요멤버는 아와지섬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었던 이들로 건축가, 디자이너, 창업전문가, 채용·인사전문가, IT전문가,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기획팀은 아와지섬이 가지고 있는 지역 커뮤니티(마을, 단체, 생산조합, 기업단지 등)에 접근하여 각각 독자적으로 있던 커뮤니티를 연계하고 활성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스토리텔링, 브랜드화, 홍보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팀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 커뮤니티(전문가 집단, 예술가 등)를 활용하여 컨설팅하고 지원했다.

 메인 테마는 ‘관광’과 ‘먹거리’로 정하고, ‘일을 변화하고 확장하고자 하는 주민’과 ‘주체적으로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연구회를 조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육 및 컨설팅을 하여 연구 진행을 통해 신상품 개발이나 일의 확대, 새로운 일에 대해 실마리를 찾도록 했다.

 이 기획을 통해 참여하는 이들과 수혜인원들이 지역에서의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되고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졌으며 이로인해 지역에서 계속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 사례1 – 야마다 딸기농장(山田いちご園)                                                    

딸기농장에서 야마다 씨 부부


 오사카 출신인 야마다 씨는 농고를 졸업하고 농장을 운영했지만 몇 번의 농장 경영의 실패를 겪게 되었고, 이후 ‘일을 찾는 사람’으로서 연구회를 통해 아와지섬에서 새롭게 도전한 사람이다.

 아와지섬의 산 중턱에 위치한 농장은 체험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단순 체험농장이 아니라 다양하고 실험적인 행사를 하고 상품의 브랜드화를 하는 곳이다.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 인근 축산업농가와 연계를 통해 소를 임대하여 황폐화된 밭에 풀어놓았다. 밭의 잡풀을 소먹이로 활용하고 동시에 밭이 개간되는 Win-Win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잡지에디터가 딸기꽃 핀 농장에서 책을 읽으면 어떨까?’ 라는 행사를 하여 잡지에 특집으로 실리는 등 여러 매체에 시선을 끌어 홍보효과를 거뒀다.                                                         

                                                  

황폐해진 밭의 풀을 먹이 삼는 소

 특히 농장에서 생산되는 딸기를 비롯해 인근 농장에서 생산되는 매실, 여름귤, 무화과 등으로 잼을 만들고 이 잼을 블렌딩하여 새로운 30여 가지의 잼을 상품화 했다. 이 잼들은 일본 3대 백화점에 모두 납품되고 있으며 ‘천상의 잼’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잼이 인기를 얻자 백화점 납품을 줄이고 현지 방문을 통해 구매를 적극 권장하였다. 이는 아와지섬 방문을 유도하기위해서이다. 이 뿐만 아니라 보리밭 체험, 자연에서 나물채집 체험 등 다양한 농촌 체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봉을 통해 꿀을 채집하는 등 단순농장이 아니라 체험, 상품화, 먹거리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천상의 잼이라고도 불린는 야마다 딸기농장의 잼

 야마다 씨의 활동이 마을농가 소득에 도움을 주고, 쓰지 못하는 밭을 기발한 발상으로 개간해주자 외지인인 야마다 씨에 대한 마을의 태도가 차츰 환영하는 분위기로 변화됐다. 이 기획을 통해 야마다 씨는 여러 매체와 지역에서 주목받는 ‘스타’가 되었고, 청년들에게는 하나의 롤모델로서 아와지섬에 대해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매력적인 곳임을 부각시켜 청년인구의 유입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 사례2 - 기타사카 양계장(北坂養鷄場)                                                         

<사진6> 닭의 날개를 모티브로 한 기타사카 양계장 로고

닭의 날개를 모티브로 한 기타사카 양계장 로고

 아와지섬 출신인 기타사카 씨는 한때 양계장을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고 싶었으나 이 기획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아 적극적으로 다양한 실험과 개발을 하게 됐다.

 기타사카 양계장은 약 30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아와지섬에서 가장 큰 양계장이며, 이곳에서 난 계란은 교토에서 인기 있는 카스텔라빵집에 납품될 정도의 우수한 상품이다. 이 양계장에 기획팀은 두 달여간 기타사카 씨와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역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는 의식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본인의 삶이 지역과 무관하다고 인식했을 때 전량 외부로 판매하던 기타사카 계란이 기획에 참여한 후에는 지역에서 우선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아와지섬 주민은 신선한 양질의 계란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계란수확체험한 계란을 포장해주는 기타사카 씨

 한층 더 나아가 기타사카 양계장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닭의 날개를 모티브로 로고를 디자인 하고 체험, 홍보관, 상품개발 등에도 힘을 쏟았다. 양계장 창고였던 곳을 수리하여 체험공간으로 변화시켜 계란수확, 계란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계란푸딩
기타사카 양계장 홍보관 내부

 홍보관은 기타사카 씨의 건립중점인 ‘마을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중심으로 제작했다. 얼핏 허름해 보이는 홍보관이지만 체험공간이나 마을의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했다. 이 홍보관에는 기타사카 양계장의 닭과 계란에 대한 홍보를 비롯해 신선한 계란, 현장에서 조리없이 먹을 수 있는 계란푸딩, 아와지섬의 특산물인 양파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일부 홍보관이 홍보나 전시에만 신경을 써 박제화되고 점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홍보관은 일상적으로 마을사람들이 상품을 사고판다는 것을 시설 견학 중에도 목격할 수 있어 마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2017년 8월 평택시사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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