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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Sep 11. 2024

비엔나 걷기왕 효자매

제일 저렴한 이동 수단, '튼튼한 두 다리' 

2만 5천보(10km 이상)

비엔나 걷기왕 효자매


효둘과 효삼이 한참 꿈나라에 있을 때, 효일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더 자고 싶지는 않아서 공금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많고 많은 마트 중에서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아침거리를 샀다. 10년 전에는 유럽의 마트 물가가 너무 저렴해서 충격적이었는데 현재는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효둘, 효삼이 일어나고 효일은 유럽식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크루아상과 애플파이, 치즈가 들어간 길쭉한 빵, 요거트, 어제 먹고 남은 딸기로 상을 차렸다. 효일이는 숙소에 있는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고, 효둘은 차를 마셨다. 효삼이는 우유와 함께 빵을 먹었다. 우리 셋은 참 비슷하면서도 이렇게나 다르다. 입맛도, 취향도, 성격도 각자의 개성이 확실하다.


식사를 마친 후, 지도상 근처로 보이는 카를 성당에 가기로 했다. 이 성당은 흑사병이 끝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음악의 도시답게 저녁시간에는 비발디의 '사계'나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하는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일주일에 3회 정도 한다고 하니 여행 일정을 조절해 관람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갈지 고민하다가 동네 구경도 할 겸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3.3km로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꽤 먼 거리였지만 우리 셋 모두 걷거나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동 수단으로 '튼튼한 두 다리'를 고수했다.


비엔나엔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많았다. 참새가 어떻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소품샵을 다 들어가 구경했다. 그러던 중 우리 셋 모두 맘에 드는 문구점을 발견했다. 효둘이는 단발머리 모양의 주걱 받침대를, 효일이와 효삼이는 예쁜 엽서를 구매했다.

한 시간을 넘게 걸어 카를 성당에 도착했는데, 공연이 진행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효둘이 “기도하러 왔다고 하면 내부 기도실로 안내해줄 테니 그때 안쪽을 구경하자”고 했지만, 효일과 효삼은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을 뿐더러 거짓말을 정말 못하는 편이라 직원이 물었을 때 정직하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혹시 기도하러 온 거니?"


직원이 물었다.


"음... 아니."


그냥 끄덕이기만 하면 됐을 텐데, 그걸 못해서 성당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나와야 했다.


성당 이용료는 성인 9.5유로, 학생 5유로, 10세 이하 무료이다. 비엔나 시티 카드를 소지한 경우, 성인 5유로로 저렴해진다. 공연 관람은 좌석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다음 목적지는 없었다. 다만 오래 걷다 보니 허기가 졌고 모두 "끝내주는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을 먹자"는 데 동의했다. 성당 앞에 서서 세 명 모두 불나게 구글맵을 뒤졌다. 근처에 평점이 좋은 식당이 있어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강추하는 비엔나 전통 음식점

효삼은 슈니첼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효일과 효둘이는 이미 먹어본 적 있어서 "밍밍한 돈까스 같은 맛이라 크게 맛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효삼이 먹고 싶다고 하니 하나 주문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슈니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 몇 가지와 맥주를 시켰다.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효일과 효둘은 슈니첼이 별로라고 했던 게 머쓱할 정도로 잘 먹었다. 다른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가게 안에 손님이 많아 왁자지껄한 로컬 분위기도 좋았고, 직원 분들도 친절해서 즐겁고 행복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돌아와 못 보던 상점들이 많았다. 그것들을 구경하느라 또 1시간 이상이 걸렸다. 모두가 지쳐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워니와 고니의 세 전사들이므로 타협은 없었다. 이겨내야 한다는 마인드로 숙소에 들러 장바구니만 챙겨 바로 나왔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큰 마트로 향했다. 가성비를 따져 가며 꼼꼼히 물건을 구매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샀다.


장바구니가 무거웠다. 산 물건들을 이고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자마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무리 걷는 걸 좋아하는 우리라고 해도,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10km 이상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차례대로 샤워를 마친 뒤, 빠르게 체력을 회복한 효삼이 '효삼 샬롱'을 열었다. 효삼은 '밤마다 언니들과 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피부관리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대용량 모델링팩을 사 왔다며 신나했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 효둘이는 기뻐했지만, 효일이는 '할 일이 또 늘었구나' 싶어 괴로웠다.

효삼이 덕분에 유럽 여행 동안 원없이 한 모델링팩

효삼이는 효둘에게 팩을 해주었고, 효둘인 자기도 해주겠다며 효일이를 눕혔다. 효둘이 만든 팩은 물기가 많아 줄줄 흐르고 난리가 났다. 효일은 더더욱 괴로워졌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 본 효삼인 효둘이 해주겠다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고 스스로 팩을 올렸다. 효일이를 제외하고, 성공적인 피부관리였다.


너무 많이 걸어서 잠들기까지 발바닥이 욱신욱신거렸지만, 비엔나 곳곳을 구경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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