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시장에서 득템하기 쉽지 않다...
효일은 눈을 뜨자마자 죽과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다. 밥파인 효일이는 죽을, 브런치파인 효둘은 프렌치토스트를 맛있게 먹었다. 효삼이는 두 가지 음식 모두 잘 먹었는데, 프렌치토스트에 뿌려진 메이플 시럽을 처음 맛보고는 홀딱 반해버렸다.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효삼이는 토스트를 시럽에 거의 적시다시피 해서 먹었다.
든든한 아침 식사를 끝낸 효자매는 'Naschmarkt'으로 향했다. 주말에는 빈티지 시장도 함께 열리는데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은 효둘, 효삼이가 꼭 가보고 싶어 했다. 빈티지 시장은 오후 2시 정도면 슬슬 접는 분위기라고 해서 빠르게 이동했다. 교통수단은 역시, 튼튼한 우리들의 두 다리였다. 4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나슈마르크트'가 나타났다. '군것질 시장'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에 걸맞게 먹거리가 정말 많았다.
마켓이 넓고 사람도 많아서 떠밀리듯 걸어 다녔다. 시장은 식료품이나 간식거리 등을 파는 라인과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식당 라인으로 나뉘어 있었다. 성별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마켓을 대충 둘러본 후, 빈티지 시장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넓었고 노점도 많았다. 우리 셋은 취향도 다 달라서 흩어져서 구경하기로 했다. 다시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각자의 쇼핑을 시작했다. 빈티지 마켓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물건들이 많았다. 진짜 오래되고 신기한 빈티지 제품들을 파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입던 옷이나 사용하던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사람도 있었다.
효일이는 오래된 엽서나 사진을 주로 봤다. 편지가 이미 쓰여 있는 것들이 많아 신기했다. 미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편지를 읽어보려 했지만, 한국어가 아니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정성껏 마음을 담아 보낸 엽서가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훗날 시장에서 팔리게 됐을까, 생각하니 재밌었다. 한두 장 살까 했지만 너무 많아서 고르다 지쳐버리고 말았다. 효일이는 어떤 엽서도 사지 않았다.
효둘이는 그릇이나 액세서리를 주로 봤다고 한다. 괜찮은 화병이 있어 살까 말까 망설였지만, 그걸 들고 캐리어를 싸고 국경을 넘을 생각을 하니 아찔해져서 관뒀다고 했다.
효삼이는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고 했다. 빈티지 마켓에 환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이 많지 않고 질도 좋지 않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고 했다.
아이쇼핑을 마친 우리는 다시 마켓 쪽으로 넘어가 밥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괜찮은 식료품을 사서 집에 가서 해 먹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해물 반찬 가게(?)에 가서 바질 새우 절임(?)과 바질 주꾸미 절임(?)을 샀다. 그램 단위로 가격이 책정되는 시스템이었는데, 우리가 요청하면 직원이 퍼서 저울에 달아주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쳤고, 직원은 정말 티스푼 하나만큼씩만 더 담아 주었다. 우리 셋은 '저분 손이 참 작으시네'라며 살짝 불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근처 식당 가서 먹었어도 됐겠다, 싶을 정도로 가격이 꽤 나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오스트리아는 4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해산물이 육류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다시 또 40분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허기가 져서 당장이라도 입에 뭔가를 때려 넣고 싶었지만,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어 테라스에 예쁘게 상을 차렸다. 사 온 것들을 식빵에 얹어 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정말 너무 맛있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바로 침대로 들어가 낮잠을 잤다. 고단했던 데다 배도 부르니 아주 꿀잠을 잤다. 쨍쨍하던 햇살을 맞으며 잠에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오밤중이었다.
체력을 충전한 우리는 또 한 번 신나게 저녁을 만들었다. 남겨 뒀던 새우와 주꾸미를 넣어 토카토 스파게티를 만들었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여유롭고 즐거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