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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Jan 08. 2025

역시 여행은 돈 쓰는 맛이다!

효자매 플렉스데이 �


몬테네그로는 Monte(산) + Negro(검은)로, 검은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묵은 숙소 뒤에도 검은 돌산이 까무룩하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뒤로 보이는 돌산


1. 입장료(15유로)를 내고 돌산에 오른다.

2. 절경을 감상한다.

3. 하산한 뒤, 해변에서 수영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쉽게 틀어지는 법이다.



우리의 계획이 무너진 건, 우연히 마주친 핸드메이드 가방 가게 때문이다. 그곳에는 가방을 만드는 할머니와 판매를 담당하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할아버지의 노련한 영업 스킬이 장난 아니었다. 색도, 크기도 다양한 귀여운 가방에 시선을 뺏겨 가게 앞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슈퍼 세일"이라며 15유로라는 유혹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우리는 가난한 여행자들이었기 때문에 돌산 입장권과 가방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결론을 내는데엔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 셋 모두 이번 여행을 기념하는 의미로 커플템을 맞추자고 의견을 모았다.

돈을 받은 할아버지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산 거라며 생색을 냈다. 우리가 생각해도 정말 괜찮은 가격이었다. 할머니는 구석에서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가방을 만들 뿐이었다. 할머니가 직접 만든 가방인데 할머니의 의견은 없이 너무 저렴하게 산 건 아닌지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가게를 나가면서 할머니께 가방이 너무 예쁘다고, 이런 가방을 만드는 할머니의 손은 금으로 만든 것 아니냐며 농담을 던졌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작게 웃어보였다.

할아버지가 영업은 잘하시지만 사진은...ㅠ


그리고 새 가방을 맨 우리는 한껏 신이나 버렸다.

그렇게 쇼핑의 즐거움에 눈을 떠버리고 만 것이다.


가방 쇼핑으로 만족했어야 했는데,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귀여운 코스터와 잔을 파는 핸드메이드 가게를 또 발견해버린 것이다. 눈이 돌아버린 우린 그곳에 있건 코스터와 잔을 거의 쓸어오다시피 했다. 거기에 올리브 나무로 만든 주방용품 가게까지 돌며 탕진을 해버렸다. 여행을 오니 기념품을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돈이 없는 주제에 주변 사람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건 괴롭지만 즐겁고, 기쁘면서도 막막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쇼핑으로 배가 고파진 우리는 숙소 앞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사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어느새 오후 3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우리는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하니 바람이 조금 쌀쌀했다. 효둘이와 효삼이는 돗자리를 펼치고 햇볕을 쬐며 놀았다. 하지만 효일이는 수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경을 챙기지 못해 제대로 된 수영은 하지 못했지만 개헤엄을 치며 나름 재미있게 놀았다. 물 만난 효일이는 충분히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 후 낮잠을 조금 즐긴 뒤, 우리들의 쩝쩝박사 효삼이가 찾아둔 BBQ 가게로 향했다. 여기는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 단연 최고였다. 


바로 이곳!


고기를 선택하면 바로 그릴에 구워 주는 방식이었는데 바삭하고 촉촉한 고기의 풍미가 기대 이상이었고, 서비스도 훌륭했다.



식사 후에는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는 일과를 마무리했다. 오래 씻는 효삼을 기다리는 동안 효일, 효둘이는 물을 사러 나갔다. 나간 김에 산책하듯 동네를 한 바퀴 빙 둘러 보았는데 낮과는 또 다른 로맨틱한 분위기가 멋졌다. 


끝까지 간식 플렉스^^


원래 가려고 했던 돌산도 못 가고, 예상치 못한 많은 돈을 썼지만, 그만큼 더 풍성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다음날은 하루 종일 이동하는 날이라 또 힘든 여정이 예상 되지만 오늘처럼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며 잠에 들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예기치 않은 발견과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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