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재미있는 이유
또 한 번 '대이동'의 날이 밝았다. 몬테네그로 '코토르'에서 몬테네그로 '바'로, 바에서 다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이동해야했다. 몸체만한 캐리어를 끌고 다시 길고 긴 숙소 계단을 내려갔다. 진이 빠졌지만 몬테네그로의 생기 넘치는 풍경을 보자 다시 활력이 돌았다.
우리는 전날 효둘이 제작 주문해두었던 티코스터를 픽업하고 다시 한번 거리 곳곳을 구경했다. 떠나기 전, 어제 방문했었던 피자가게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배가 고파서 피자를 두 판이나 시켰다. 콜라도 두 병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남은 건 살뜰하게 포장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저희는 현금 밖에 안 돼요."
카드를 쓸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현금만 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효둘이 들고 있던 비상금 20유로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효일이는 효둘, 효삼에게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고 수수료 없는 ATM기를 찾아 나섰다. 하필이면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녀보았지만 모든 기계가 수수료를 요구했다. 30유로를 인출하려는데 5유로의 수수료가 붙는 터무니없는 상황이었다. '한 곳만 더, 한 곳만 더...' 하다보니 효둘, 효삼과 약속한 시간도 지나버리고 말았다. 결국 효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내고 돈을 인출했다. 버스 시간까지도 촉박해져서 효일이는 다급하게 효둘과 효삼이 기다리고 있는 피자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사이에 효둘이 사라지고 없었다. 효삼이한테 물어보니 인터넷에 이 근처 무료 수수료 ATM이 있다고 해서 갔다 온다고 했단다. 버스를 놓칠 수도 있을 상황이라 효일은 멘붕에 빠졌다. 얼마 뒤, 효둘이 태평한 얼굴로 돌아왔다.
"기다리라고 했잖아! 곧 버스 시간인데 어딜 갔다 온거야!" 효일이가 짜증섞인 말투로 소리쳤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이 근처에 무료 수수료 ATM기가 있대서 잠깐 찾으러 갔다 왔어. 나는 15분도 안 걸렸어. 언니가 약속한 시간에도 안 오고, 연락도 안 되는데 우리는 그럼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만 있어?"
효일과 효둘 사이에 짧은 말다툼이 일었다. 하지만 싸우는 것도 잠시 미뤄야했다. 예약해둔 버스를 타야만 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계산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약속이라고 한 것처럼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고장난 캐리어를 들듯이 끌면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버스에 탔다.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는데 자리가 없어 일어서서 가야했다. 다행히 금방 자리를 잡았지만,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바에서는 여유가 있어서 카페에 가서 쉬었다. 일부 손님들이 힐끔거려서 불편했지만 직원이 정말 친절했다. 영어를 못하는 직원이 번역기를 동원하여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진심 어린 서비스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물론 여기서도 한 가지 문제가 있긴 했다.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려 했는데 직원이 유레일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어플을 사용하는 우리는 직원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뒤에 있던 젊은 남성이 자신의 핫스팟을 켜주고 통역까지 해주었다. 그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표를 끊을 수 있었다.
기차에서도 너무나 좋은 인연을 만났는데 그 이야긴 다음 시간에...
여행을 하면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좋은 사람들과 크고 작은 행운을 마주하는 것 같다. 이것이 여행이 즐거운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