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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문제도 다 ‘돈‘ 때문이다

아빠 ‘고니‘의 100만 원 용돈

by 사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역에 도착하고 우리는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에 깜짝 놀랐다. 유럽의 낡고 오래된, 지저분한 기차역을 생각했는데 놀랍도록 깔끔하고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에 머쓱함을 느꼈다. 환한 기차역 불빛에 꾀죄죄한 민낯이 가감 없이 드러났고 우리는 서로를 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세르비아에 하루 묵으며 편하게 쉬고 불가리아로 넘어가는 것. 두 번째, 바로 불가리아로 넘어가서 푹 쉬는 것. (세르비아에서 불가리아까지는 기차를 타고 13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꽤나 아찔한 고민이었다.)


이 선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여행 막바지였기 때문에 정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셋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결국 세르비아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배가 고파 뭐라도 사 먹고 이동하려 했는데 가게에서 유로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세르비아의 대부분의 가게가 유로를 받지 않고 자국 회폐, ‘디나르’를 쓴다고 했다. 하루 묵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유로를 디나르로 바꾸는 건 크진 않지만 어쨌든 손해였다.

1. 환전하는 데에 수수료가 들었고 2. 남을 경우 다시 유로화 하기도 힘든 화폐였기 때문이다. (가능하다고 해도 또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심지어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효둘의 우버나 볼트 앱도, 효일과 효삼이 가진 트래블월렛 카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선 돈을 뽑아야만 했다. 효일과 효둘은 더 이상 가진 돈이 없었고 다행히 효둘은 유로를 조금 가지고 있었다. 효일은 효둘에 가지고 있는 돈을 먼저 바꾸자고 했다. 그리고 오해로 인해 효일과 효둘이 다투기 시작했다.


“이 돈은 내가 필요할 때 쓰려고 가지고 온 ‘내‘ 돈이잖아. 그리고 이거 바꿔봐야 숙소비로 모자랄 텐데 왜 이 돈을 쓰려고 해? 나중에 환율이 더 오르면 내가 손해잖아.” 효둘이 말했다.

효일은 비슷한 상황일 때마다 자신의 신용카드를 써왔기 때문에 효둘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심각한 갈등으로 번졌다. 효삼이는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효일과 효둘의 입장을 정리해 줬다.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때 마침 아빠 ‘고니’의 연락이 왔다. 돈 없어서 힘든 여행을 하고 있을 텐데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

한 번 먹으라며 100만 원을 보태주겠다는 것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받은 아빠의 도움은 아주 아주 큰 힘이 되었다.


효일은 아빠의 메시지를 전했고 효둘과 빠르게 화해를 했다. 돈이 생긴 만큼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만큼 분위기도 좋아졌다. 우리는 새로 생긴 돈을 바탕으로 다시 회의를 했다. 그리고 바로 불가리아로 가기로 결정했다.



우린 환전을 하고 역사 안에 있는 카페에 가서 빵을 사 먹고 다시 한번 즐겁게 여행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다시 한번,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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