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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난이도 최상
불가리아에서 환전하기

트레블월렛 X, 트레블로그 O

by 사과

밤늦게 불가리아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했는데 컴컴한 데다 우리 셋 다 길눈이 어두워 한참을 헤맸다. 숙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돈 문제로 다투고, 택시 기사한테 바가지 쓰고, 몇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나니 심신이 피로했다. 불가리아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대충 짐을 풀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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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삼이도 혼자 방을 써 보고 싶다고 해서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효일이가 효삼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청록색 소품들이 있는 방에서 효일&효둘이가 자기로 했고, 벽지가 노란 방에서 효삼이가 혼자 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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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부엌, 욕실 순인데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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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점심도 먹고 동네 구경도 할 겸 밖에 나왔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환전이다. 불가리아도 현금만 받는 곳이 꽤 있었다. 불가리아는 '레브(Lev)'라는 화폐 단위를 사용하는데, 1유로당 1.95583레브로 고정되어 있다고 한다. (반면 달러로 하면 변동이 있는데 작성일 기준으로 1달러에 1.8874레브.)


문제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로가 없어서 돈을 인출해야만 했다. 효일이와 효삼이는 우리은행의 트레블월렛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효둘만 하나은행의 트레블로그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불가리아 곳곳의 은행과 우체국, ATM 기기를 찾아다녔지만 유로를 인출하지 못했다. 계속 걸은 데다 실패가 계속되니 배로 지쳤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정말 마지막을 외쳤던 ATM기에서 드디어! 유로를 뽑을 수 있었다.

그것도 효둘이 트레블로그를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셋 모두 트레블월렛을 썼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돈을 뽑은 우리는 아빠가 보내준 여행 경비로 멋진 점심을 사 먹자고 다짐하고 근처에 있는 맛있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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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 곳은 이 식당인데 나름 괜찮았다. 내부도 넓었고 직원도 친절했고 '정말 맛있다!'까진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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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뽑고 배를 채우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효둘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효둘은 만성두통이 있는 데다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다 보니 계속 감기가 나았다 다시 걸렸다 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니 두통의 빈도나 정도가 더 심해진 듯했다.



효둘은 조금 참아 보겠다고 해서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러 가는데 K-POP 카페가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안에 생각보다 사람들도 꽤 많아서 어쩐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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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둘은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장본 것들을 들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효일과 효삼은 길을 따라 이어진 가게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소피아엔 드레스 가게가 정말 많았다. 안 그래도 유럽여행 마지막 날 효둘에게 깜짝 브라이덜 샤워를 해줄 예정이라 몇 군데를 돌아보았지만 우리 예산에는 꽤나 비쌌기 때문에 구경 밖에 할 수 없었다.


대신 케이크를 먹기로 했는데 기분 나쁜 일이 생겼다. 잔돈을 거슬러주던 아줌마가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분명히 케이크에 대한 값을 지불할 때까지는 괜찮았다.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길래 우리한테 있는 동전으로 거스름돈을 또 거슬러 주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성질을 내며 우리가 받아야 하는 금액보다 큰 동전을 주고 우리를 쫓아내듯이 했다. (예를 들면 우리한테 50원을 거슬러줘야 하는데 100원짜리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우리한테 50원이 있으니까 100원 주면 우리가 50원을 거슬러 주겠다고 했더니 그냥 100원을 주고 우릴 내쫓은 것이다.) 불가리아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거스름돈 불문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 입장으로는 정말 황당했다.

효일과 효삼은 케이크집 아줌마를 욕하며 집 앞에 있는 치킨 집에 갔다. 우리나라 전기 통닭구이랑 비슷한데 소스가 굉장히 다양했다.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 영상을 보며 치킨을 먹던 우리는 문득 현타가 왔다.


‘여기까지 와서 치킨을 먹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니.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놀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불가리아에서의 둘째 밤이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내일은 더 영양가 있게 움직여 보자!'라고 다짐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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