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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Oct 28. 2022

내생각 선언

놀이치료 선생님이 10분의 상담시간에 갑자기 그런 말을 한다. 

"놀이치료의 목적은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놀이치료를 해도 아이의 기질이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표현력 향상을 위해 하고 있는 놀이치료에서 우리 꼬부기의 표현력이 확연히 좋아지거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어서 

나를 격려해주시려 한 얘기처럼 들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래, 이렇게 놀이치료라고 이름을 붙여서 수업을 하고 있음에도 쉽지 않은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타고난 기질이 있는데, 좀체 안 바뀌나 보다. 타고난 기질에 부모의 양육태도와 환경을 통해 성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내향형인 나를 외향형으로 바꾸려고 자꾸 시도한다면 괴로울 듯하다. 


우리 꼬부기도 학교생활과 친구관계,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표현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나를 뒤돌아 보아도 나 역시 잘 표현하지 못했던 때가 많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있었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후회의 순간이고 답답했던 순간들로 기억된다. 오히려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몰아붙였던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야속함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대인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불편하고 꺼려하는 것일까 생각도 든다. 

판사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 책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와 어느 사회조직이든 군대식 특징들이 들어가 있어서 매우 불편하다고 말한다. 


우리도 그런 가정, 학교, 직장에 소속되어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니면 길들여져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잘 포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거나, 숨기게 되는 방법을 배운다.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가까이하게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내 감정을 대변해서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게 아닌 이상 그런 사람을 가까이하고 있다가는 불똥이 튈 수 있으니.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았다. 한국의 문화가 너무나 당연한 듯 몸에 배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다. 나만의 의견을 표출했다가 왕따 당하기 쉽다. 나는 내 의견을 솔직하게 내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아왔었다. 내 일기장에서 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니 일기장 속으로 숨었는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나의 검열기관을 통해 걸러내고 대중적인 글들을 올리게 된다. 우리 꼬부기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자신의 감정을 모른 탓이 제일 크겠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너무 동떨어지고 이해되기 어려운 것이라서 아예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지 한 번 생각해본다. 

아이가 틀에 박힌 대답 엄마가 듣고 싶은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현재에 솔직한 답을 했으면 좋겠다. 

너무 즉흥적이고 명확한 것이 아니서 말하자마자 바뀔 수도 있는 그런 떠다니는 감정과 생각들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부터 해봐야지.  <개인주의자 선언>은 아니어도 내의견 선언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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