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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Apr 21. 2023

파랑새의 틸틸과 미틸처럼

시간이 지나기만 했는데, 아이는 자라난다. 

3월이 되어 첫 학교, 첫 학기, 새로운 만남으로 셀렘도 있었지만, 두려움이 훨씬 많았다.

낯선 교실에 들어가서 내 자리를 찾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을 보는 것도 어렵고, 

처음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서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를 몇 번 반복하니

벌써 한 달이 지났고, 두 달이 지나려 한다. 

이제는 두렵던 교실은 익숙해졌고, 

낯설던 친구와 선생님 얼굴은 친근해졌다. 


손을 들어 발표도 할 수 있고, 뒷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말을 걸어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친구와 잠깐이지만 놀이도 할 수 있을 만큼 학교가 익숙해졌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많은 걱정 산을 넘는 동안, 

나는 조마조마하며 지켜보았다. 

아직도 멀리서서 지켜보면

학교 놀이터에서 친구들에게 신나게 다가가기도 하지만,

어울리지 못해서 

조마조마해 하는 마음도 보인다.  

하지만, 꼬부기가 외로워 보이진 않는다. 예전에는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내 옆에 있어, 놀아줘"라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도 같이 놀자 하지 않아도 

그 무리 속에 들어가서 가만히 서 있기도 하고, 

무리 옆에 바짝 붙어 있기도 한다. 

어른인 나도 저렇게 해봐서 잘 알고 있다. 나에게 관심 없는 무리에게 다가가서 가만히 서 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초등 1학년 두 달을 보내는 동안,  

기적 같은 일이 두 가지 일어났다. 

한 가지는 그렇게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태권도 학원을 다니기로 한 점이다.

자진해서 간데다가 태권도 학원에서 즐거워하며 활기찬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형이 태권도 '학원 가자. 재미있다'고 여러 말로 꼬셔도 울면서 거절했는데,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기적 한 가지!

6살 때부터 단짝 친구가 생기길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는데, 단짝 친구가 생겼다. 

학교 앞 놀이터에서 매일 놀았지만, 같은 반 중에 친구가 생기지 않아서 애가 타기도 하고, 실망이 되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친구를 만나서 우리 집에 초대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는데, 

가만 보니 비록 같은 반 친구는 아니지만, 어린이집에서 부터 서로의 집을 오가며 지냈던 친구가 

지금은 미술학원, 태권도 학원도 같이 다니고, 

초등학생이 되어도 서로를 집에 초대하여 함께 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단짝들에게서 나타나는 양상이다.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났던 틸틸과 미틸처럼

나와 꼬부기는 단짝 친구를 찾아 놀이터 앞에 늘 서있었는데, 

이제 보니 꼬부기 곁에 있었던 그 친구가 단짝 친구였다. 아니, 그 동안 그렇게 함께 마음을 나누게 신나게 놀다가 친구가 되있었고, 아이의 사회성도 자랐었다. 


꼬부기에게 "너도 단짝 친구 있어.  다니가 네 단짝친구인 거 같아"

라고 얘기했더니 

입꼬리가 올라가 귀에 걸린다. 

"맞아" 


"그래, 형의 단짝은 시현이, 너의 단짝은 다니야"


파랑새를 드디어 찾은 것처럼 엄마도 꼬부기도 행복이 가득해진다.

 '그래, 세상을 이겨낼 힘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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