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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y 07. 2023

수술자국

 갑상선 수술 후 벌써 2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도 수술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수술 후기를 보면 수술 자국이 차츰 옅어져서 잘 보이지 않던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 살성이 좋은 편이 아니란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있을게다. 

왜 이런 중요한 사실을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되었을까. 그동안 얼굴 쪽에 큰 상처가 생기지 않았던 게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상처가 나면 흉이 오래간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일찍 수술 후 붙여줬던 밴드를 떼지 않았을게다. 


 수술이 끝나고 난 뒤 목에는 세로로 여러 개의 밴드가 붙여 있었다. 꿰맨 자국은 없이 일자로 칼자국이 나있는 부분이 그냥 입을 앙 다문 것처럼 잘 붙어 있었다. 보통 피부가 찢어지면 수술용 실로 꿰매 두는데(우리 둘째는 두 차례나 꿰매서 벌어진 피부를 붙이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웬 걸. 찢어지는 것보다 더 깊이 칼로 쨌을 텐데 바느질을 한 흔적을 볼 수가 없다. 

참, 신기하다. 세상의 기술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신기하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으니 모든 분야가 새로워지고 발달하고 성장한다. 

다시 수술 자국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일자로 난 칼자국을 따라서 쓰리엠에서 나온 스트립이 세로로 붙여져 있었다.


 그러니까 3센티 길이로 상처를 따라서 세로로 주르륵 10개 이상이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이 좀 징그러웠다. 

테이프 안쪽으로 핏자국이 굳은 게 보였고, 세로로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혐오감을 줬다. 수술 후 집에 와서 큰아이가 내 목을 보더니 "엄마 목이 징그러워서 옆에 갈 수 없어"라고 했다. 나 역시 5초 이상 보지 못할 징그러움이었다. 반복적으로 붙여진 테이프의 형태가 징그러워서 얼른 테이프를 떼고 싶었다. 수술 후 몇 주 뒤에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붙이고 있으라고 해서 2주 이상은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맨 바깥쪽부터 조금씩 떨어져 덜렁거린 채로 말려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덜렁거리며 간신히 붙어 있었는데 그게 보기 싫어서 하나씩 떼었다. 다행히 수술부위 살은 잘 붙어 있었고, 상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어서 잘 아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운데 부분의 테이프는 떨어질 기미가 없었는데도 떼고 말았다. 어차피 바깥쪽에 상처가 다 아물었고, 테이프도 떨어질 시기가 온걸 보니 가운데도 비슷한 상황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떼 낸 게 문제였다. 떼 낸 부위는 자외선에 노출이 되면서 새로 돋은 살색이 진해졌다. 그래도 외출시마다 몇 달간은 가리고 다녔고, 지금은 기억이 정확지 않지만, 꽤 오랫동안 외출 시에는 밴드를 붙인 채 다녔다. 

그러나, 깜빡하고 그냥 나가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집 안에서는 붙이지 않고 있으니 실내에서 자외선에 노출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수술자국은 진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줄 알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메이크업을 하면서 수술자국까지 퍼프로 한 번씩 두들겨 준다. 그렇게 하면 조금 낫다. 누구든 내 목을 보면 '저 사람은 목에 수술을 했네 '라는 인상을 즉각 주게 된다. 목걸이로 가려보려고 차고 있지만, 목걸이 줄, 수술 줄 이렇게 따로 보인다. 누군가에게 나의 갑상선 수술여부가 그냥 공개된다는 사실이 신경 쓰인다. 지금은 갑상선이 없고, 수술했다는 사실을 잊은 지 오래되어서 새로운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 나를 처음 만난 사람은 내 목의 자국을 보며 무슨 수술을 했을까 궁금해질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러워질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매일 거울에서 수술자국을 보면서 다짐하는 것도 있다. '나쁜 식생활습관은 버려야지', '갑상선수술만으로 끝낸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야', '앞으로 살 날이 많으니 건강관리 잘해야지'라는 다짐이 매일 샘솟는다. 그 에너지로 매일 운동도 하고, 시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아껴서 쓰려고 한다. 뭐든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좋기만 한 일도 없고. 인생을 알아가는 게 참 좋다. 인생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 내가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행복을 맛보면서 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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