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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y 23. 2023

형제의 난

 꼬부기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로 아침마다 형제가 함께 등교한다.  나도 좀 편해졌다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첫째는 동생을 데리고 학교에 가는게 창피하다며 혼자 가려한다.  꼬부기는 자기를 버리고 빨리 달려가는 형을 뒤따라가며 초조하기도 하고 형이 원망스럽기도 한가보다. 

그렇게 시작되었겠지 싶은데, 최근들어 둘이 싸우는게 잦아졌다. 예전에도 늘 싸웠는데, 요즘 들어 심해진 듯보이고 그 이유가 형이 자기를 버리고 가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실제 형은 학교 뒷통수가 보일 즈음이면 자신의 단짝친구와 가기 위해 친구집인 102동을 들렸다가 간다. 꼬부기는 갑자기 학교가 아닌 102동으로 향하는 형을 따라가지만 따라오지 말라 하니 섭섭했을 것이다. 나도 언니와 관계가 그랬기에 꼬부기의 마음에 더 공감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꼬부기의 앙심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형에게 시비를 거는 걸로 나타났다. 형은 동생의 작은 시비에 기분나쁘다고 화난다고 반응하고, 동생은 형의 반응에 다시 공격하고 이러기를 계속 반복하는데 

그 모든 과정을 나에게 하나 하나 생중계하듯이 일러바친다. 

"엄마, 꼬부기가 내 팔에 이불을 던져요"

"형이 나를 꼬집었어요"

"너도 꼬집었잖아"

"형이 먼저 뒤에서 때렸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어나는 일이다. 입을 옷을 꺼내 놓으면 옷을 입으면서도 투닥투닥거리고,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투닥투닥! 자꾸 일러바치고, 시비걸고를 반복하다 결국에는 꼬부기의 승질부리기로 결론이 난다.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나중엔 둘다 방으로 따로 들어가서 옷을 다 입고 나오도록 하고, 밥을 먹다 싸우면 방으로 따로 들어가서 밥을 먹게 했다. 그러면서도 방 문을 열어 두고 고개를 빼꼼 내밀며 형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꼬부기다. "나는 옷 다입었지~ 형은 아직 안입었네?" , "엄마, 꼬부기가 자꾸 놀려요 짜증나게" 


 그러길 매일 반복하다시피하니 나도 지쳐버렸고, 어떤 날은 다른 일로도 힘들어서 받아줄 여유가 없다. 그럼 나도 폭발하고 만다. 그리곤 하면 안되는 말까지 해버렸다. 둘이 사이가 너무 안좋아서 좀 더 크면 기숙사 있는 학교로 가서 따로 살아야 겠다. 함께 살면 안될꺼 같다고 말했다. 

꼬부기는 울고불고 "안싸울께요" 하고 형은 아무 대꾸도 없다. 그냥 기숙사 학교에 가서 살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언니와 같은 방을 쓰며 많이도 싸웠었다. 서로 없는 사람처럼 각자 생활을 했지만, 부딪힐 일이 생기며 쌀쌀맞고 엄하게 구는 언니에게 같이 무섭게 대들며 맞섰다. 그랬던 나였기에 꼬부기의 마음이 더 많이 이해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배우게 되었다.  한 육아 선배가 조언을 해주었다. 그 분은 벌써 50대 후반이 되었고, 첫째는 25살이 되었다. 둘째가 8년 뒤에 늦둥이로 태어나서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했다. 

형과 터울이 커서 형을 가장 무서워하지만, 그런 녀석도 어느 때엔가는 형에게 자꾸 시비를 걸며 싸우려 했다고 한다. 그때, 엄마의 역할은 형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형의 권위! 

바로 형제에게 서열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권위가 있어야 아이들이 부모의 권위 아래에서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형제 간에도 서열이 다르고 형이 너보다 위라는 것을 끊임없이 말해주고, 세워주란다. 어떤 자료에서는 형에게 책임만 묻는게 아니라 형만이 할 수 있는 일들과 권위를 줘야 형의 권위가 잘 세워진다고 한다. 

일례로 동생이 형에게 잘못한 게 있어서 형이 동생을 혼내는 것을 본다면 형이 동생을 혼낼 수 없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잘못했으면 형에게 혼나야지 라고 말하며 형을 지지해주라고 한다. 


 육아 선배는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추가했다. 동생은 형이 안보는 곳에서 따로 챙겨주면서 형에게 대들지 말라고 잘 얘기해줘야 한단다. 동생의 마음은 따로 풀어주면서 함께 있을 때는 형의 권위를 세워줘라~

 꼬부기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형이 다녔던 미술학원도 다니고, 태권도 학원도 다니면서 형이 대단해 보였던 것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듯하다. 나도 형처럼 해내고 있어. 형을 이길 수 있어. 늘 형을 이기고 싶어하고, 형에게 지면 소리지르며 울어댔다. 지금은 자신이 형을 이겨볼만하다는 생각에서인지 도전하기 시작했는데, 내 눈에 그게 기특하게 보이기만 했었던 것도 있다. 그걸 방치하다 보니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진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내가 형의 권위를 세워주진 않는 편인거 같다. 두 살차이니 친구나 마찬가지야. 라고 얘기하곤 했다. ㅜ 


 그렇게 형의 권위를 세워주기 시작했다. 아직 며칠 안되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형과 겨루려는 꼬부기의 행동은 한풀꺾인 듯했다. 아직도 티격태격 많이 하지만, 전과 달리 내가 한 마디 한다. 

"형한테 그렇게 하면 안돼", "형은 너보다 나이도 많고 뭐든지 잘할 수밖에 없어. 형을 이기려 하지말고 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려고 해봐" ,"형은 엄마 아빠가 없을 때 엄마 아빠 대신 너를 도와주고 지켜줄 수도 있어 그때는 형의 말을 잘 들어야 해" 


=> 솔루션 1주일 후, 아침마다 있던 형제의 난은 금세 끝났다. 다른 일로 티격태격하고 소리지르기도 하지만, 아침마다 있던 동생의 반란은 잠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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