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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Nov 18. 2021

인생 정리하기

내가 잠자는 시간을 세보았다. 밤 9시부터 오전 6시 50분까지 무려 10시간 가까이 잠을 잔다. 

중간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있지만, 근래에는 그런 것도 없이 통잠으로 10시간을 잤다. 

그렇게 자고서 아침에 깰 때에 눈만 간신히 떠지고 더 자고 싶어 한다. 

'그래도 너무 오래 누워 있어선 안되지!' 하는 마음에 이불을 걷어 차고 나온다. 수면시간이 모자라도 건강에 안 좋지만, 긴 것도 안 좋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아껴 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의 의례적인 활동을 한 뒤,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거의 만들어 놓은 것을 덥히는 수준이라서 30분 이내에 식사를 차린다.  

첫 아이 학교에 보내고, 둘째 어린이집 보내기 전에 재빨리 청소를 한다. 아이들에게도 일을 분담시켜서 바닥에 꺼내 놓은 물건은 치우도록 지시한다. 


그렇게 어린이집 보내고 돌아오면 10시 30분이 넘어간다. 설거지나, 세탁기 돌리기 등 청소를 마저 하고 나면 11시가 넘는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1시 반부터 1시까지 일 때도 있고, 2시까지 일 때도 있고, 3시까지 일 때도 있다. (요일마다 다르다)

점심 식사까지 해야 하니 1시간~ 3시간의 시간이 생긴다. 

이마저도 정말 아이들이 등원을 해야 가능한 일!

아이들이 돌아오고, 데리러 가고 하면 어느새 5시를 향해 간다. 저녁을 먹고, 씻기고 숙제 등 할 일을 하고 나면, 1시간~2시간 의 시간이 더 생길 수 있다. 

그렇게 하루 중 내게 주어진 시간은 토털 2시간에서 최대 5시간.


 하나씩 내가 하던 일들을 정리했다. 내려놓았다.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잠을 줄이면 되지 않냐고요? 저도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잠이 모자라면 낮에 자야 하니 어차피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고, 앞으로 오로지 내가 글 쓰고 책을 읽으며 보낼 시간들이다. 이 시간들에 장이라도 봐야 하거나 병원이라도 다녀와야 할 일이 생기면, 어찌나 억울하고, 가기 싫은지..

나에게 시간이 이렇게나 소중해졌다. 시간이 금이라더니 참말로 눈 뜬 채 내 금덩이를 뺏기는 듯하다. 

그래도 다음날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이 있어서 날마다 감사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건강해지겠지? 집 나간 체력이 좀 돌아오겠지? 호르몬 약에 적응이 좀 되겠지? 운동효과가 나겠지?

소망을 붙들어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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