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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y 14. 2022

"돌나물 말고 계란 프라이, 볶음밥,
김치 좋아"

조금 느린 아이를 위한 성장 처방전

오은영 박사님을 안 좋아하는 엄마들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대중적인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힘든 육아 해법, 아이를 다루는 기술과 훈육, 바른 사랑의 표현들을 배울 수 있었다. 

오은영의 마음처방전은 <금쪽같은 내 새끼>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티브이 프로그램 이전에 있던 책이다. 


오은영의 마음처방전 시리즈는 3권으로 구성되어있다. 


1권은 감정 -불안한 아이를 위한 감정 처방전-

2권은 성장 -조금 느린 아이를 위한 성장 처방전-

3권은 행동 -천방지축 아이를 위한 행동 처방전-


나는 2권 성장 편을 먼저 읽어보았다. 제목이 우리 꼬부기를 위한 지침서 같아서 급하게 후다닥 읽었다. 

대부분은 내가 한 번쯤 들어본 내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은영 박사님 강의와 프로그램을 주야장천 봤으니..


그래도 실전은 아직 어렵다. 실전은 이론과 다르다.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정보는 그냥 떠다니는 안개 같아서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화 시간이 필요하다. 나처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느린 사람에겐 더욱더 필요하다. 

내용을 나와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바꾸고 실전에 사용할 말을 기록해두고 여러 번 연습해 두면 된다. 


밥을 잘 안 먹어서 끼니마다 전쟁인 경우를 예로 들면, 


부모는 아이의 신체발달을 걱정하여서 영양소를 챙겨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야채 안 먹으면 변비 심해져. 너 지난번에도 변비 때문에 힘들었잖아, 또 그러면 어떻게 할래?"

"(키가 또래보다 한참 작은 꼬부기에게) 키가 커지려면 골고루 잘 먹어야 해." 

"코로나 안 걸리려면 면역력이 좋아야 하는데, 햄버거랑 인스턴트 음식만 계속 먹으면 장도 안 좋고 면역력도 떨어진대"

유튜브 영상도 보여줘 보고, 밥 먹을 때마다 잔소리도 해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더 입을 틀어막고 안 먹으려 하거나 좋아하는 반찬만 먼저 다 먹고 다른 것은 손도 안 댄다. 게다가 지루하니 왔다 갔다 하면서 식사시간이 한 시간도 더 걸린다. 이마저도 엄마가 떠먹여 줘야  끝난다. 


이런 식사시간을 바꾸기 위해 책에 나온 대로 해보았다. 


먼저, 아이가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지나칠 정도로 먹는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아이 먹는 문제에 집착할수록 아이는 더 먹는 것에 저항하게 된단다. 

그래서 솔루션은 

억지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하지 말란다. 

"너 이러다가 삐적말라서 큰일 난다" 겁주지 말고, "저기 아프리카에 배고파서 굶는 아이들이 있다던데 너는.."라고 말해서 죄책감도 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네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어보렴", "네가 좋아하는 반찬은 뭐야?", "네가 먹고 싶은 음식은 뭐니? 물어봐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란다. 뭐, 이렇게 한다고 아이가 곧장 달라지거나 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아이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나에게 적용하기!

위의 예들은 나의 경우를 가지고 예를 들었다. 밥을 안 먹으려 하면, "저기 아프리카 사는 엄마 아빠 없는 아이들 줘야겠다. 너희들은 먹지 마. 너희 안 먹은 것으로 다른 아이들 줄 거야" 

이런 식의 비난과 협박으로 죄책감을 심어주었는데, 

그런 말은 아이가 밥을 잘 먹게 하는데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반감을 주게 되니 그냥 내 입을 다물기로 했다. 

내 입에서 비난과 먹으라는 잔소리를 빼면 될 거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반찬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첫둥이는 '쥐포 무침'이라고 이야기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반찬인데, 2년 전 어린이집에서 먹었던 거란다. 그리고 '메추리알 장조림, 나주곰탕, 미역국' 이란다. 


꼬부기는 "돌나물(돈나물, 산에서 캐워 귀한 나물이었는데..) 말고, 계란 프라이, 볶음밥, 김치" 란다. 


내가 해주는 음식과 달라서 좀 놀라우면서도 이미 알고 있던 메뉴도 있었는데 내가 자주 해주지 않았음을 새삼 느껴보았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거 곧잘 말하곤 했었는데, 근래에는 나도 묻질 않고 아이들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것, 우리 가족의 건강에 좋을 메뉴로 식단을 차렸었다. 나는 봄나물 먹는 것을 건강 챙기는 습관이라 생각해왔었기에 귀한 봄 산나물을 구해다가 아이들 입에 억지로 넣어줬었다.                    


친정에 가면 차려주는 봄나물 밥상에는 엄마가 산에서 직접 뜯어온 나물과 텃밭에서 농사지은 나물들로 구성되는데 그게 그렇게 감동이었다. '엄마가 나를 위해 금보다 귀한 시간을 저렇게 사용하셨구나, 나는 바빠서 사다 먹었는데, 사다 먹으면서 엄마는 생각도 안 했었는데, 엄마는 직접 산에 가서 뜯어와 내 입에 넣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봄나물이 좋아졌다. 게다가 건강에 좋은 걸 알고 나니 아이들 입에 넣어주려고 애쓴 거다. 갑상선 암 이후에 확실히 나의 식단이 달라지긴 했으니. 


일단, 아이들이 싫어하니 내가 다 먹는 걸로 하고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과 요리를 하나씩 만들어줘야겠다. 생전 처음 쥐포를 사 왔더니 두 녀석이 쥐포를 들고 흔들어댄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축제 분위기다. 그 날 아이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스스로 밥을 남김없이 다 먹어주었다. 아마도 엄마가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줄꺼라는 기대감에 그랬으리라. 



이 외에도 잠을 안 자는 아이, 대소변을 못 가리는 아이, 말이 느린 아이, 자신감 없는 아이, 성기를 만지는 아이, 말대꾸를 심하게 하는 아이, 형제자매간에 갈등이 심한 아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사례와 실전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서 쉽게 술술 읽히고 적용도 잘할 수 있게 돕는 책이다. 꼬부기가 7살이 돼서 보니 늦은 감이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가 더 어릴 때 봐야 적용할 게 많을 듯하다. 

근데, 더 어렸을 때는 애들 보느라 고단해서 책 볼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엄마들은 모두 토닥토닥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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