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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un 20. 2022

갑상선암 수술 10개월 차 기록

수술 1년을 2개월 앞둔 시점에 나의 수술 후 생활과 건강이 어떠한지 기록에 남기고자 한다. 


갑상샘 없는 여자의 노력과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첫 번째 매일 활동 양이 비슷하게 루틴을 만든다. 


수술 이후 피로가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가 있었다. 오후 시간에 한 번씩 매일 찾아오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은 오전부터 찾아온다. 

나보다 먼저 수술한 지인이 그런 얘길 했었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려 해서 엄마가 밥을 차려주셨는데, 갑자기 한 숟갈도 못 먹겠더라"

"갑자기요?"

"응, 갑자기. 그래서 안 못 먹었어."

"이유가 뭐예요?"

"나도 모르겠어. 목이 딱 막힌 것처럼 먹을 수 없었어"


당시 나는 이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의 경우는 너무 졸려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12시인가 1시인가 되어서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했다. 졸려서 밥 먹고 좀 자둬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얼른 간단히 먹고 잠을 자야지 생각하고, 초 간단 메뉴를 찾아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정말, 계란만 삶아 먹거나, 국에 밥만 말아먹거나 그런 식의 간단한 식사를 하려고 냉장고를 뒤지다가 깨달았다. 


'도저히 못 참겠다. 그냥 자는 게 맞는 거 같다. 밥은 못 먹을 거 같다'


그 생각으로 그대로 침대로 향했고, 한두 시간을 푹 자고 일어나서 늦은 점심을 먹었었다. 자고 일어나서도 소화는 안된 느낌이었고, 일어나면서 야근하고 잠들었는데, 몇 시간 만에 깨워서 힘들게 눈뜨는 기분이었다.


이런 날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있다. 전날 늦게 잠이 들면 이 증상은 심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중에도 피로가 덮치기도 한다. 그러면 순간 내 머릿속도 정체가 된 듯 생각이 잘 안 된다. 말하고 있는 사람을 두고 졸고 있다면 아마 나랑 다시는 안 만나고 싶을 거 같다.

앞사람에게 나의 이런 상태를 들키지 않으려 눈을 크게 떠보지만, 결국 수업시간에 졸음을 참으려 애쓰는 학생 표정일 거란 걸 알고 있다. 

"표정이 왜 그래?"

차마 졸리다는 얘길 못하고 

"아니"

라고 하면서 눈을 더 희번뜩 뜬다.

그렇게 졸리다 안졸리다를 반복하며 알게 된 사실. 어떤 날은 몹시 피로. 어떤 날은 쌩쌩.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는 나의 스케줄 탓! 내가 활동을 많이 한날과 활동이 적은 날의 차이가 이런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대체로 나의 스케줄과 활동을 일정하게 하고 있다. 하루에 80퍼센트만 사용하기로. 

사용할 에너지가 남아 있는 날은 좀 더 늦게 잔다. 11시. 하루의 스케줄을 일정하게 되도록 맞추려 한다. 

매일 하는 운동 루틴도 꾸준히 하고, 집안일 청소시간도 꾸준히. 바깥 활동도 비슷하게. 책 읽기와 글쓰기도 비슷하게 꾸준히. 누구라도 만나러 나갔다 오고 오전부터 외출할 일이 있는 날은 다른 것을 줄여서 활동 양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하고 힘을 다 쓰지 않고, 늘 남겨 놓은 상태에서 자려한다.


두 번째는 카페인을 끊고 쪽잠을 선택!


너무 졸린 날들이 계속되기에 (요즘 꼬부기 놀이터에서 놀이를 1~2시간 매일 하고 있어서) 몇 달 카페인을 먹기 시작했다. 놀이치료와 특수체육까지 일주일에 이틀은 꼬부기를 데리고 오후 스케줄이 있다. 게다가 나의 스케줄은 원래대로 늘 있고.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꽤나 피곤했고 일주일이 금방 갔다. 꼬부기를 데리고 차로 이동해야 하기에 엄청 힘들다. 안전벨트(안전벨트가 꼬여서 안된다거나 자기가 먼저 해야 하는데 내가 먼저 하면 다시!라고 외친다)부터 해서 간식이 안 뜯어진다고 차 뒤에서 간식 던지기와 쏟기로 행패를 부리더라도 잘 참아내야 하니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다.  

그래서 카페인을 매일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건강한 카페인이 있을까 싶어서 녹차를 선택했고, 녹차에 카페인이 커피만큼 꽤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분도 안되게 휘휘 우려내고 조금씩 먹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늘렸다. 그래 봤자 한잔 다 먹은 날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게 카페인 덕으로 좀 더 쌩쌩해지긴 해서 이렇게 살면 되겠다 하던 찰나에 무 갑상샘 선배를 만났다. 20년도 전에 수술한 선배는 녹차라테(이 날 처음 먹고 잠 못 자고 며칠 고생함)를 먹던 나에게 의사 선생님이 수술 후 카페인만 먹지 않으면 된다 했다는 말을 전했다. 본인도 1년 동안은 안 먹고 그 뒤로 조금씩 늘렸단다. 그리고 중요한 말을 하나 해주었는데, 

그건 바로 피곤할 때 잠을 자라는 얘기였다. 

바로 쪽잠 자듯 피로할 때마다 5분 10분씩이라도 잠시 잠을 자는 게 좋단다. 

나도 낮잠은 잔 적이 꽤 있지만, 안 자려고 버틴 적이 더 많았다. 

그 이유인즉 낮잠 자면 많이 자게 되어서 밤잠에 영향을 줬었고 그러면 다음날 다시 피곤해지는 패턴이 반복된 탓이다. 그래도 너무 피곤할 정도로 며칠 피로가 쌓이면 한 번씩 낮잠으로 풀어줬다. 

헌데, 이제는 그냥 의자에 앉아서 기댄 채로 눈 감고 5~10분 정도씩만 잔다. 눈 감고 20분 앉아 있다 치면 잠자는 시간이 그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몸이 다시 상쾌하게 회복된다. 누어서 잔 게 아니라 일어날 때 수월하다. 

그렇게 하면서 요즘 카페인 없이 잘 버티고 있다. 


이 2가지를 잘하면서 내 일상 루틴을 만들고, 나의 시간계획표, 음식 계획표가 짜지니 좀 살만하다. 


아직 해결 안 된 것!

1. 소화

소화력이 떨어진 건지, 내가 많이 먹는 건지. 이유는 알 수없으나 암튼 소화가 잘 안 된다. 글을 쓰는 지금도 소화가 안돼서 답답. 

해결책으로 하루 두 끼만 먹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소화가 안되는데 굳이 먹을 필요도 없고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하면 좋다는 얘기도 들었으니 이걸 실천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봐야지. 


2. 탈모

탈모가 너무 심해서 가운데가 휑하다. 아무리 주위를 살펴봐도 나처럼 휑한 사람은 못 찾겠다. 흑채를 사서 뿌릴까 하다가 귀찮음 많은 내가 무슨 수로 하겠나 싶어서 그건 포기했다. 

대신 단백질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검정콩이라도 먹어야지 싶어서 밥이랑 반찬으로 먹고, 닭가슴살이나 삶은 달걀을 챙겨 먹고 있다. 

그리고, 해결책 없으면 캡 모자를 사서 쓰고 다니련다. 힙해 보이는 캡 모자로.


3. 피부 건조


내 피부는 건조가 아니라 악성 건조가 맞는 것 같다. 내 피부에 악성이라고 붙여야 할지 몰랐으나 이제는 알겠다. 내 피부는 악성 건조상태다. 손 발은 늘 차갑고 건조하다. 그나마 지금 여름이어서 제일 촉촉한 시기인데, 지금도 마른 논바닥 같다. 손 습진도 여전히 해결안 되고 있고, 발도 샌들을 신기 힘들 정도로 건조하다. 그냥 자주 보습을 주는 것 밖에 아직 방법을 못 찾았다. 

참, 족욕기 사용으로 수족 냉증은 이겨낼 수 있었다. 족욕기 강력 추천!


갑상선 저하 증상도 차츰 개선되는 날이 오겠지! 

부디 호르몬 약 T4가 T3로 잘 전환되길~ 그래서 사용 못하고 버려지지 않고 잘 사용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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