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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un 28. 2022

번아웃 이유를 찾아서


지금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정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디선가 떠돌았던 이 말처럼 나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몇 주 쉬고 놀고 싶다. 


  이 이야기는 이미 하면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아이들과 있으면서 쉬고 놀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번아웃이 왔다 생각된다.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돼서 아이들 뒤통수도 미워 보인다. 그런데, 잘잘못을 따지듯 원인을 찾아 들어가면 근본 원인은 나에게 있다. 아이들은 나의 작품이지 않은가. 저 아이의 성품과 말투, 행동들이 부모를 따라 하고 있어서 매번 자기반성이 된다. 그래서 결국엔  자신이 이것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그리고 부모의 자격이 없는 내가 부모가 되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생각에 내 발등을 찍고 싶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고,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야 하는 생각에 약간의 위로와 격려를 해본다. 그냥 엄마는 비교적 쉽게 될 수 있다. 엄마가 되고 나면 모성애의 스위치가 켜지면서 엄마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다. 아기들은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며칠 안에 죽고 말 것이다. 스스로 음식을 찾을 줄도 모르고, 움직일 줄도 모른다. 태어난 지 6시간 정도 지나면 일어나서 젖을 찾아가는 송아지와 비교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 너무나 나약한 존재이다. 쉽게 사그라들 수 있는 생명을 갖고 있다. 단, 엄마가 있다면 그 아이는 위대한 사람으로 자라 날 수 있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힘들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냉정하게 말할지 모른다. 

나도 반은 동의할 수 있다. 아기를 돌보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고, 모성애가 생겨나기 때문에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랄수록 더 어려워진다. 걷기 시작하고, 말을 배우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아이들은 한 번에 말을 이해하고 따르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엄마의 인성과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던 감정들이 올라와서 분노하거나 불안해하게 된다. 

나의 경우 불안하고, 힘들고, 어렵고, 불가능한 상황일 때 분노로 표현될 때가 많다. 나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아이는 떼쓰며 울어대니까. 


  그런데, 이유야 어쨌든 우리의 삶, 육아, 생활은 현상을 보여준다. 문제가 있는 그 상태로도 우리의 삶이고 문제를 품고 있는 생활이다. 이 문제가 여기에 껴있는 것은 이유를 찾아가다 보면 끝이 없고, 결국엔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처럼 몇 퍼센트씩 책임을 나눠야 할 듯하다. 

나의 부모님, 조부모님, 그리고 이 사회, 전쟁, 가난, 열심히 뛰어야 간신히 보조를 맞추게 되는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 이 모든 것의 합작품이 나이고, 나의 자녀들이다. 


  나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움을 받고 있다. 멘토 선생님의 상담. 2년이 넘게 이어진 상담에도 내 삶의 문제들을 바꾸는 게 너무도 힘들다는 사실에 다시 좌절되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조금씩 변화가 있으니 장기 프로젝트로 티 안 나게 조금씩 변화되어가기로 하자.


  인생이 너무나 힘들고 고단해서 다 놔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엄마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며칠이라도 부모님께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그런 방법을 택해보자! 나는 그럴 수 없으니 당분간 엄마 역할을 하긴 하되, 최소로 해야겠다. 아이들에게도 양해를 구해서 밥도 아침에 그냥 시리얼로 당분간 먹이고, 저녁에도 간단하게 먹이고, 빨래만 해주면서 아이들의 훈육도 1년 계획으로 천천히 해보자. 


  꼬부기가 아직도 칫솔이랑 치약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변기 뚜껑을 열어보며 찾아도 뚜껑 열리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치약을 놔둘 눈에 띄는 장소를 마련하고, 칫솔을 놔둘 손 닿는 위치를 마련해보자. 

칫솔 치약 가지고 스스로 양치하는 게 이리도 힘들면 앞으로 험난한 인생과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칫솔질시키려다 미래까지 확장해서 걱정하니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인정하자. 지금은 칫솔만 스스로 찾게 하는 기본 목표만 완수하도록 하자. 꿈을 작게 갖자. 


  나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들 둘을 키우면서 비로소 가능하지 않았나. 불가능한 상황을 헤쳐나가려 애쓰고,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을 해주고, 화나면 소리 지르게 되는 나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분석하여 상황을 다시 인식하려 한다.  


 더 훌륭한 엄마가 못되어서 아쉽지만, 내가 이 정도 했으면, 최선을 다한 거야. 1 달란트로 2 달란트 만들어 낸 거야. 그러면 된 거지~ 너는 그동안 최선을 다했어. 그래서 번아웃이 온 거야. 그런데, 하나 알고 넘어가야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나의 잘못된 육아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이들에게 허용적인 부모였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고, 하기 싫다 하면 공부도 안 해도 된다는 식이었다. 내가 공부가 너무나 싫었기 때문에. 하지만, 학생으로 있으면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도 공부를 안 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그러니, 공부는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이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라고 말해주고, 아이가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


  그리고, 꼬부기가 느려서 7살이 될 때까지 늘 의존적이고 나도 꼬부기를 품에 끼고 뭐든 해주었었기에 스스로 하는 게 어려운 거다. 우리 집은 그리고 꼬부기는 특수한 상황과 케이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레이스(경주)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꼬부기의 속도에 맞추어서 가자. 그동안 못했던 것 이제부터 해보자. 

아이들 훈련시키는 게 번아웃 오게 만들 정도로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지만, 내 책임도 있으니 한 걸음씩만 가보자. 1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1년이 지났는데도 칫솔과 치약을 못 찾고 양치할 때마다 잔소리해야 한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는 걸로 하자!



느린 아이 키우는 엄마들 상 줘야 한다! 

아픈 아이 키우는 엄마들 상 줘야 한다. 

나라에서 주든 하늘에서 주든 상을 내려줘야 한다!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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