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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Aug 15. 2022

오늘 새삼 내 뒷모습을 본다.

오늘 새삼 내 모습을 거울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동호 목사님은 은퇴 후 <날마다 기막힌 새벽> 유튜브에서 매일 성경말씀을 가지고 묵상을 하시며 묵상한 내용을 나누시는데, 나는 그 유튜브를 즐겨 본다. 김동호 목사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고, 연세는 칠십몇 세 이시다. 정확한 연세를 알 수 없으나 우리 아버지 나이 뻘이고, 돌아가신 우리 아빠랑 닮은 부분도 있다.  

폐암 발병 후 날기새(날마다 기막힌 새벽)를 올리기 시작하셨고, 이후 갑상선 암과 전립선 암 수술을 겪으시면서도 꾸준히 말씀을 나누고 계신다. 그분의 메시지에서 시대를 읽는 눈을 보고, 지혜를 보고, 말씀을 깨닫게 된다. 성경을 한두 구절을 읽어주신 후 말씀을 풀어주시거나, 지금 현대에 어떻게 적용해 볼지를 설명해주신다. 양 극단에 서 있기 쉬운데, 이 분은 균형을 잡고 가운데에 서 있는 분이다. 그래서 닮고 싶고 존경한다. 


오늘 듣는 중에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을 얕잡아 보고, 함부로 하는 마음들이 있음에 대해 나누셨는데, 뭐 이런 말씀은 예전에도 하신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새삼 내 모습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안 그러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도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는 길로 쉽게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아니 보였다. 


아이들을 대하는 내 모습에서 화가 나면 소리 지르거나, 꼬부기가 자꾸 떼를 쓸 때는 "지금 이런 걸로 떼쓰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야"라고 좀 강하게 말하곤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가 좀 진정되는 듯해서 사용했었다. 

아이들은 원래 미숙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잘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없다. 때로는 나보다 잘 아는 것도 있고, 뭐든 잘 해내는 것 같아서 아이들이 이제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겠지 하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착각이었다 생각을 하며 아이들이 이런 생각 못했다는 것에 의아해할 때가 많았다. 


 아이들은 미련한 것 같아 보일 때가 많은데, 내가 아이들을 미련하다고 하대하면서 함부로 굴곤 할 때가 잦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이기에 가까운 사이/가족이기에 좀 함부로 하게 되는데 아이들과 남편에게 가장 함부로 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게다가 남편에게는 뭐가 그리 불만이고 쌓인 게 많은지 아니, 미운털이 박혀서 뭐든 밉게 보인다. 남편도 내가 그럴 테지만..;;

그래서 남편이 잘하면 그냥 넘어가고 조금만 못해도 꼭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투/억양의 말을 하곤 한다. 그나마 요즘에는 줄어들고 있어서 내가 그래도 이전보다는 덜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하는 나 스스로의 위안을 많이 했던 거 같다. 하지만 언제든 나의 생각의 중심에서 남편을 아래로 보고 있으니 화가 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쉽게 넘어가지 않고, '가르쳐줘야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 거야' 등의 생각으로 지적할 때가 많다. '내가 너보다 더 낫고, 너는 부족하다' 라는 마음이 바닥에 깔려 있는 채로 남편에게 설교할 때가 많았다. 

30에 결혼해서 이제 결혼한 지 14년 차인데, 좀 나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이런 교만한 마음이 똬리를 틀고 있다가 고개를 꼿꼿이 세우곤 한다. 


그래서, 김동호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나오는 이야기의 나쁜 사람이 나에게는 없다고 듣다가 나중에는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럴 땐 일단 괴롭지만, 인정하고 나서는 곧장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여전한 죄인 같은 마음인데, 나를 좀 도와주세요, 이 콘크리트처럼 굳은 마음을 깨뜨려 달라고 기도해본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어도 여전한 나 이지만, 그래도 고개를 쳐들고 남편을 공격하려는 순간, 내 안에서 내가 말하는 게 들린다. '너 또 그런다', '네가 더 나빠' 

그래서 1절에서 2절로 가지 못하고, 황급히 말을 맺고 도망치듯 그 상황을 벗어나려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남편에게 먼저 손을 건네고 내가 미안했다고 말할 때도 생긴다. 


이제는 나 자신이 남편에게 교만하게 굴 때마다, 아이들에게 무시하듯 말할 때마다 소격 효과가 일어나서 제삼자의 관점에서 나와 상대방까지 보인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이런 유사한 상황이 되었을 때 더 빠른 속도로 소격 효과가 일어난다. 

한마디도 다 끝내기 전에 이전의 내가 겹쳐지며, '내가 여전하구나. 성질도 더럽고, 못됐다'는 생각으로 내가 나를 평가한다. 그러면 성질부리던 내가 꼬리를 내리고 숨는 듯하다. 


내가 거울로 나를 보듯 나의 뒷모습, 등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나의 뒷모습이 날마다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나아갈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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