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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Aug 29. 2022

 매일의 중요성

어제부터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늘 이맘때면 2023년 오리엔테이션을 하듯이 벌써 내년의 밑그림을 그려진다. 이제 2022년이 몇 개월 안 남았다는 사실에, 

곧 있으면 추운 겨울이 닥쳐올 거라는 사실에 마음까지 조급해지고 얼어붙을 것만 같이 긴장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후회들이 밀려온다. 늘 그랬던 거 같다. 내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왔을까

나는 잘해왔을까. 내가 오늘 하루!, 2022년 동안 이루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해보는데, 기분 좋을 리 없다.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러가고 있고,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오늘을 이미 빼앗긴 기분이 들곤 한다. 

나에게 내일이 있고, 내일은 더 잘 해낼 거라 믿지만, 내일도 이미 빼앗긴 거 아닌가 싶다. 


매일 똑같고 비슷한 나의 하루가 쌓여서 10년 뒤를 만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내가 뿌린 나의 노력들이 늦으면 10년 뒤에 거두어 들일 것이라고. 

이렇게 매일 씨를 뿌리지 않으면 나중에 거두어 들일 것이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나에게 평가 기준을 단 세 가지로 잡았다. 

매일 말씀 읽기. 묵상하기

매일 운동하기.

매일 글 쓰고, 책 읽기.


이 세 가지를 했으면 나는 오늘 하루를 멋지게 살아낸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지금 당장 나에게 도움을 주고 어떤 성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이것은 내일을 위한 씨 뿌리기이다. 

언젠가 거기에서 열매가 맺힐 것을 기다리며 10년 뒤를 바라보며 오늘도 매일 하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서 영어 공부하기를 하나 더 넣고 싶은데,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환경에도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고, 나의 머릿속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 문득 꼬부기를 데려다주고, 첫둥이도 개학하여 학교 가서 나 혼자 있게 되자 내 모습이 CCTV처럼 보였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청소기를 돌리고, 아침 식탁을 닦고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닦고 난 뒤에 운동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운동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싫어하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꿈도 미래도 없다는 생각에 매일 꾸준히 홈트로 운동을 한다. 아마 밖에 나가서 해야 한다고 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운동은 정말 싫다. 내 몸에 고통이 느껴지고, 숨쉬기도 힘들고, 개수를 세면서 하는데, 처음 시작은 100개를 언제 다 하나 하는 생각에 무지무지 싫다. 

그런데, 한 개가 시작되고 나면 마음이 조금씩 달라진다. 10개가 지나고 나면 

벌써 10개를 했다는 생각에 오늘도 시작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15분간의 운동량을 채우고 나면 '네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했으니 상으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유혹을 따라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놀기 시작한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영상들을 골라 보거나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웃거나 앉아 있고 싶어 진다. 늘 긴장되거나 하기 싫었던 일을 끝마치고 나면 잠시 그런 시간을 갖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나의 이런 모습이 보이면서 내가 오전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객관화가 되었다. 내가 놀더라도 좀 더 해야 할 일들을 다 끝낸 뒤에 논다면 좋았을 텐데..

실은 오전 시간은 야행성인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가장 바쁘고 할 일이 많은 시간이다. 대부분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거나 주부들도 바쁘게 청소하고 운동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다. 

그런데, 그런 시간에 나는 유튜브를 보고 있다니 나 자신이 좀 한심해졌었다. 

어릴 적 엄마가 오전에 티브이를 보는 모습을 매일 보았었다. 지금도 엄마는 티브이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신다. 드라마에 빠지진 않으시지만, 늘 티브이를 가까이하고, 티브이를 통해 배운다고 생각하셔서 교양 프로그램,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늘 보셨다. 

당시 오전에 했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프로그램을 공부하듯이 보셨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을 우리에게 전달하면서 잔소리를 늘 하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도 있어서 조금 놀랐다. 오전에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엇이 문제일까? 유튜브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기에 시간 제약이 없다. 내가 시간이 날 때면 언제든 들어가서 보면 된다. 그런데 그것을 가장 바쁜 시간에 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남편은 회사 가있고, 아이들은 학교와 기관에서 배우고 관계 맺으며 바쁘게 지내는 시간에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찔렸나 보다. 나도 가족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면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할 일은 장 봐 오는 것이랑,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것이다. 

길게 쓸 것도 없이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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