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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Sep 01. 2022

아들과 로블록스 하기

요즘 9살 첫둥이는 좋은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벌써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것이 방학 때는 좀 쉬엄쉬엄하다가 다시 개학하고 학교 가면서 새롭게 업그레이드 해서 시작하고 있다.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뇌에서 행동에 대한 회로선이 생기는 기간이 3주가 걸린다고 어디선가 봤었는데, 3주가 뭔 소리인가, 3개월이 지나도 습관이 안 만들어진다. 지금은 6개월차 


아들에게 만들어 줄 좋은 습관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 중의 기본들로 구성된 것들이다. 

첫째,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

둘째, 40분까지 학교 갈 준비 완료하기

셋째, 밥 먹고 그릇 싱크대에 갖다 놓기.

넷째, 학교 다녀오면 해야 할 일(숙제/매일 하는 과제) 먼저 하기. 


이런 소소한 습관을 성공할 때마다 게임시간을 준다. 각 미션을 완수하고 게임시간을 모아서 원하는 때에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처음 며칠은 신나서 열심히 하더니 며칠이 못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책을 보거나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을 먹으면서도 책을 보거나 느릿느릿 먹으면서 바쁘게 보내야 할 시간을 허비한다. 

그래서 매일 닦달하고, 소리쳐야 가까스로 준비를 끝내고 학교로 향하는데, 늘 5~10분 정도 지각이다. 

내가 보기엔 지각은 따놓은 당상인데 본인은 지각이 아니란다. 학교 선생님도 지각하는 학생들 혼내지 않으시기에 아이는 본인이 일찍 갈 필요를 못 느끼는 듯했다. 


아이에게 이러이러한 습관을 만든다고 선포하고 벽에 적어두고, 매일 얘기하면서 했으면 이제는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야 하는데, 인마는 그럴 기미가 안보였다. 

늘 보다 못해 내가 "시간 얼마 안 남았다, 게임 시간 못 받는다" 라며 재촉을 해야 가까스로 하거나 늘 조금씩 늦게 완수하기 일쑤였다. 

그런 녀석을 보다 화병 날 꺼 같고, 미칠 만큼 미웠다. 그래서 지난 학기에는 번아웃이 온 듯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마저 없이 내가 혼자 케어하며 습관 만들기를 하고 있자니 나도 지쳐버려서 조금의 여유가 없이 팽팽하게 늘어난 고무줄처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말로 행동으로 아이들을 다치게 했었다. 


여차저차 방학이 되고 나자 첫둥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었다. 물론 나의 문제가 대부분일 것이라 알고 있는데, 첫둥이의 게임 중독자 행세가 너무도 미웠고, 한 번에 듣지 않는 불순종에 늘 불같이 화가 났다. 지옥에서 불이 올라와 나에게 전달된 마냥 첫둥이에게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이 태울 기세였다. 


꼬부기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첫째에게만 유독 그랬다. 왜 그러나 생각하다 보니 일단  둘째가 태어나면서 첫째는 큰 애처럼 보이고 큰 애처럼 대한다는 점이다.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니 비슷비슷한 셈인데도 서열과 순서를 만들어서 둘째보다는 첫째가 무조건 더 나아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첫째가 못하면 둘째도 나중에 따라 배워서 나쁜 모양새가 될까 봐 불안한 마음도 작용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새롭게 찾아낸 것은 내가 첫째를 어른에게 하듯 기대는 부분이 있었던 점이다. 

첫둥이는 뭐든지 잘했었고, 나의 빈틈을 잘 메워줬던 녀석이다. 내가 늘 헤매는 내비게이션 읽기를 도와주며 

"여기 아니야, 다음번에 좌회전! " 

위급하고 도움이 절실한 순간에 늘 도움을 줬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첫째를 어른처럼 생각하게 된 부분이 생겨났다. 첫째가 도와줬으면 줬겠다는 생각이 늘 베이스로 깔리게 되었다. 내가 의지하는 아들이다.  엄마가 자신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뿌듯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훨씬 더 클 꺼라 생각한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첫째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내가 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면 생각만해도 내가 미워진다. 


암튼 문제는 나도 도움을 받고 싶은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첫째의 도움이 늘 있기에 고마우면서도 한편 어떤 날은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떼쓰기와 방해와 불순종으로 힘들게 할 때면 의레 아이들에게 있는 태도이니 공감하고 가르쳐줘야 할 부분인데도 불같이 화가 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들과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사춘기가 와서 내 품을 떠나버릴 것만 같은 불안과 걱정에 대책을 강구해 냈다. 나의 멘토 선생님은 2주에 한 번씩 나에게 전화로 상담을 해주고 계신다. 그분은 이번 주 나에게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배워보도록 노력해보라고 권하셨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이다. 게임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몇 번 해봤는데, 시작하자마자 죽어서 허무하고, 조작도 잘 안 되는 기계를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아무거나 누르고 있자니 정말 시간낭비라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잘했다면 좋아했을까? 노력하고 싶은 생각이 1도 안 드는 분야가 게임이다. 백해무익한 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변명하자면 나의 세대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을 얻고자 아들에게 "첫둥아, 너는 엄마랑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어?" 질문했다. 

첫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게임, 코딩, 바둑이 있다. 늘 나에게 설명하고 얘기하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이고 관심이 없는 분야이니 "응 알았어. 엄마는 지금 바쁘니까 너 혼자 해 "라고 해왔다. 

역시나 아들은 "게임을 같이 하고 싶어. 게임을 내가 가르쳐 줄게. 로블록스 같이 하자!"라고 했다. 


그렇게 로블록스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그 첫날인데 로블록스의 세계에 들어가서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는데 나는 아들을 찾기도 어렵고 따라다니기도 어려웠다. 벌써 짜증이 올라오고 피곤해진다. 

아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한 곳에도 따라 가봐야지. 집 나간 아들을 찾아 나선 것처럼 게임 속 세상을 뛰어다니며 아들을 찾는다. 

아들이 하라고 하는 대로 점프도 하고 무언가를 밟기도 하고, 어떤 공간에 들어가기도 한다. 도통 조작이 어려워서 게임을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데, 아들은 잘하고 있으니 내가 바뀌어야 할 부분인 게다. 


지금 나는 로블록스를 시작했고, 마인크래프트와 냥코대작전도 같이 할 생각이다. 앞으로 코딩과 바둑도 배워나가며 같이 하기로 했다. 나의 이 긴 프로젝트가 아들과 나 사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아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 아들, 엄마가 로블록스 세상에서 잘 따라갈게! 너도 이 세상에서 엄마 잘 따라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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