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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극과 T극, 오늘도 평행선

이토록 귀찮고 사랑스러운

by 그래그래씨


F극과 T극, 오늘도 통하지 못했다.
MBTI 를 아시나요?



아이 셋이서 체스를 두고 있었다.

왕을 잡으려는 손끝엔

전략은 없고, 오직 승부욕만 가득 찼다.

아침부터 몰려오는 불안함은

커피보다 먼저 내 속을 데웠다.


나는 아이들이 책 읽을 때가 좋다.


책을 읽을 땐 평화롭고

내게 말을 걸지 않고

판을 뒤엎지도 않으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용한 숨결이 흐르니까.


하지만 체스는 다르다.

체스를 두며 싸우지 않을 확률은,

셋이 하루 종일 평화로울 확률만큼 희박하다.

즉, 거의 없다.


오늘도 첫째는 “나를 못 이기지.”라며 약을 올리고,

둘째는 “룰대로 안 한다.”며 판을 엎고,

셋째는 울먹이며 “형이 나 싫어해.”를 반복했다.


내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축구선수가 될 셋째가 긴 팔과 긴 다리를 휘두르며 날아 차기를 했고,

첫째는 힘 조절이 불가능한 사춘기 남자의 핵주먹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싸이렌 여신인 둘째는 단전에서 끌어올린 소리로 고함을 질렀고

그 외침은 곧 전쟁의 시작이었다.


나의 중재에,

극 T인 첫째와 둘째는 아빠에게,

극 F인 셋째는 나에게 달려왔다.


극 T인 아빠는 감정적인 셋째를

룰을 어겼다고 나무랐고,

극 F인 나는 인정머리 없는 첫째와 둘째를 혼내며

막내를 달래기에 바빴다.


결국, 이성은 이성대로

감성은 감성대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받기만을 바라는 쪽으로 향했다.


F극과 T극.

극과 극은 오늘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 건지,

같은 극끼리만

끈끈하게, 찰떡같이 붙는다는 것.


이래서 나는 체스보다 책이 좋다.

덜 끈끈하더라도, 평화롭고 싶다.









아이들이 자라듯, 우리도 부모로 자랍니다.

갈등도, 오해도

결국은 함께 살아가는 연습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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