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우고 싶었다, 그는 소리쳤다-이혼숙려캠프

북 치고 장구 치고, 이혼숙려캠프

by 그래그래씨


싸움은 무엇일까?



싸움은, 서로 맞춰나가는 건강한 행위라고 나는 믿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툼을 통해 간극을 좁히는 과정.

더 잘 알기 위한, 솔직한 대화.


하지만 고래고래씨에게 싸움은 달랐다.

그에게 싸움은 곧바로 분노였고,

그 분노는 나를 향했다.


말은 칼이 되었고,

표정은 우리 사이의 철벽이 되었다.

어떤 의견도, 어떤 감정도,

어떤 설명도

그 앞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싸우고 싶었다.

아니, 대화하고 싶었다.

오해를 풀고,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우리 사이의 틈을 메우고 싶었다.


하지만 고래고래씨는

“그만해!”

“네가 문제야!”

“왜 또 그래!”

소리부터 질렀다.


고래고래,

그 목소리 하나로

우리 사이에 놓인 작은 다리를

산산조각 냈다.


나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그에겐 승리였을까?

아니면,

나의 항복처럼 느껴졌을까?


싸움은 함께 풀어가는 것이라 믿었던 나는,

결국 혼자서만

묵묵히

천천히

안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무너진 안쪽엔,

이해받지 못한 또 다른 구조가 있었다.


남편의 부모는

남편 명의로 건물을 짓고, 대출을 내고,

중소기업 사장들이나 누릴 법한

건물에서 노후를 즐겼다.


내게 묻지 않은 채

이미 결정되어 버린 일들.

말릴 틈도, 이의를 제기할 자리도 없이

모든 것은 진행되었고,


결국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그들은

그 모든 빚을

아들에게,

고래고래씨에게

자연스럽게 떠넘겼다.


고래고래씨는 그것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내게 말한다.

1년에 수천만 원 이자를 갚아가느라

우리 재정상태가 망가져가는데


고래고래씨는

“금방 해결 돼”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재정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무너져가고 있다.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가족 간엔 원래 그런 거야.”

“부모님이 하신 일이잖아, 왜 너까지 나서?”


하지만 그 말들은,

결국 나에게

짐은 지우고,

책임은 피하고,

목소리를 꺾기 위한

또 다른 고래고래였다.


나는 여전히,

싸우고 싶었다.

아니,

이제는 말하고 싶었다.

이건 대화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의 무게에 관한 이야기라고.









싸움이란,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한 대화의 한 방식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싸움은, 시작도 전에 끝나버립니다.

대화가 닿지 않는 사람 앞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이 글은 ‘고래고래’ 소리에 묻힌

내 목소리에 대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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