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고 장구 치고, 나 혼자 이혼숙려캠프
착한 사람-그 착함이 나를 조용히 삼켰다
우리의 연애는 길지 않았다.
고래고래씨의 선한 첫인상에 반해,
이 사람이라면
결혼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상견례에서
고래고래씨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들’이라 말했다.
그 말씀에
내 선택을 확인받은 듯 안심도 되었지만,
불편한 기색의
우리 부모님 얼굴도 보였다.
보통은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우리네 정서와는 어긋난 그 말,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들’로
평생 살아가야 할
고래고래씨의 무게를 생각하며
부모님은,
내가 지게 될 짐을
미리 걱정하셨는지도 모른다.
힘이 들어간 고래고래씨의 부모님과는 달리
우리 부모님은
평소처럼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셨다.
그 모습이 마음 아팠다.
잘난 딸을 두었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되었을 텐데…
우리는 둘 다 회사원,
고만고만한 사람으로 만났기에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부모님의 모습은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 밤,
혼자 베개를 적시며
나는 처음으로
결혼이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결혼 후,
나는 ‘착한 사람의 아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고래고래씨, 정말 착한 분이에요.”
진짜 착하다는 말로
한 사람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도 그런 사람이었다.
결혼 후 15년이 흘렀다.
이런 그가
왜 변하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여전히 말한다.
“정말 착하시더라고요.”
나는 이제,
그 말이
무섭다.
그에게 '착함'은
밖에서만 걸치는
겉옷 같은 것이니까.
정말 착하다는 말,
그것 하나로 누군가를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나는 오랜 시간 그 말에 안심했고, 또 속았습니다.
착함이 덮고 있던 것들을,
이제야 조금씩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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