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고 장구 치고, 이혼숙려캠프
남편이 보는 드라마는 분명 사극일 거야
“넌 드라마도 안 보니?
드라마에서는 시어머니가 아무리 구박해도
아내는 그걸 남편한테 말 안 하잖아.
남편은 나중에 알고 감동하고.
넌 그런 센스가 없어.
제발 드라마 좀 봐라.
그리고 우리 엄마,
어딜 가도 존경받는 분이야.”
결혼 초, 남편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대화 중,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말을 보탰다는 이유로
“제발 책이나 드라마 좀 보면서
대화법부터 공부해.”
남편과 대화 중엔
절대 끼어들어선 안 된다.
서 있어도 안 된다.
“너 이리 와.
여기 앉아서 얘기 좀 해.”
그 어조가 너무 불쾌해서
그냥 서 있었더니,
“앉아! 내 말 안 들려?”
내가 앉을 때까지
귀청이 떨어지도록
고래고래,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결국,
공손히 앉아
그가 말을 마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오면
정글을 정복한 사자처럼 군림하지만,
실상은,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세상 앞에서는 늘 움츠러들고,
거절당하는 걸 몹시 두려워하며,
실패를 끔찍이도 무서워한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유일하게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내 앞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너그러이,
그를 품고자 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그를 품을 만큼
내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가 너그러움을 베풀수록
더 큰 권리를 쥔 듯 행동했다.
사소한 말끝마다
내 말투를 지적했고,
내 눈빛, 내 숨소리까지
자기 기분을 해치는 원인이라 말했다.
처음엔 나도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좀 더 조심하면 되지”
하며 넘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조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해야만 살아남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 이쯤 되면
이 사람의 부모는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실지도 모르겠다.
며느리인 내 생일에 케이크를 사 온 시동생을 보고,
나중에 화가 나선, 나만 불러서 이렇게 말하신다.
“우리 아들(시동생) 힘들게 케이크 사 오라고 시킨 거야?”
아들 명의로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아
이자와 상환은 전부 아들에게 떠맡기고,
당신들은 꾸준히 먹고 싶은 대로, 사고 싶은 대로 소비하신다.
설날에 우리 아이들에겐 세뱃돈 1만원주시면서,
한 마리에 15만 원 생선을 사서
당신들 입에 넣는다.
이젠 돌아가신 친정아빠가 암 합병증으로 쓰러지셨을 때,
눈물겨운 마음으로 그들 집에 방문했던 내게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니들 아빠 죽는 게 너 인생이랑 아무 상관없잖아”
라고 말하셨다.
그런 부모 아래에서,
남편은 강해 보이는 법만 배웠다.
고개 숙이는 법은 배운 적 없고,
누군가에게 고마워하는 말을 할 줄도 몰랐다.
자기 약함을 들킬까 봐
더 세게 말하고,
더 먼저 화를 내며,
스스로를 지키는 법만 배운 사람.
나는 그가 아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참았다.
이해하려 애썼다.
품어주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는 더 이상
보듬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
경계를 해야 할 사람이다.
나는 더 이상
그의 상처를 치유해 줄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존엄을 지켜야 할 사람이다.
혹시, 당신도
“조용해야만 살아남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용기의 불씨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려 애쓴 나날들이
결국 내 존엄을 해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지금 이 글을 읽어준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연대와 위로를 보냅니다.
또, 재판장님으로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조언, 충고 뭐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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