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베이지 색
Chapter 1. 흰색, 영국 유학 준비
영국 유학, 혹은 해외 유학, 해외 이민, 해외 취업. 결정을 내릴 때 항상 그 결정을 하게 하는 이유, 계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이 여러분들의 마음을 움직였나요? 저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족들과 같이 간 영국 여행이 그 이유 였는데요. 아직도 생생합니다. 역사적인 건물 및 현대적인 건물이 새파랗고 깨끗한 하늘과 같이 어우려져 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파란 하늘, 뜨거운 태양, 맑은 공기, 여유로운 사람들. 어느 순간 뇌에 딱 떠올랐습니다. ‘아, 여기서 공부하고 싶다’,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저는 영국 유학을 준비합니다. 남들처럼 처음부터 영국 대학에 진학해야지 했던 것이 아니라서, 저는 살짝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국 대학에 가겠다고 다짐 했던 목표가 저의 고등학교 생활의 기둥이 되어 저를 잡아 주었습니다. 그때 부터 이것 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IELTS, 학과 선택, 대학교 선정, 파운데이션 등등 준비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흰색 바탕에 색을 채워 넣듯이 하나 둘씩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한 복병이 발생합니다. 바로 많은 국가들에 영향을 끼치고, 많은 이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던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 입니다. 저는 초창기에는 금방 끝날 것이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근데 이게 왠걸,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록 상황이 나아질 생각을 안 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제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는 발음도 다르지만 스펠링(Theatre vs Theater), 표현(지하철: Underground vs Subway)도 다름니다. 처음에는 이부분이 힘든 점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미국영어를 배우다보니 배웠던 것을 영국영어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듣기, 읽기 영역을 하고, 쓰기, 말하기 예시를 보면서 준비했습니다.
말하기 할때는 눈을 보는 것과 목소리 톤도 중요하였기 때문에 목소리 톤도 높여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연습했습니다. 시중에 파는 단어장과 시험 준비를 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따로 공책에 적어 두었습니다. 동의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영어도 준비하고, 대학 예비과정인 파운데이션[Foundation, 외국유학생이 대학을 입학하기 위해 꼭 통과하여야 할 프로그램. A-level(영국 수능)도 있지만, 파운데이션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을 제공하는 college에 입학하게 됩니다.
Chapter 2. 베이지 색, 영국 파운데이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파운데이션도 zoom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전에는 영어공부, 과제, 수업준비를 하고 저녁부터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게 파운데이션 할 동안 루틴이었죠. 가려는 학교, 학과에 따라서 과목 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저는 다섯 과목을 들었습니다. 영어, 에세이 수업, 통계학, 문화 관련 수업, 사회 관련 수업. 몇년 지나다 보니 과목 이름들도 가물 가물 하네요. 외국인 친구들만 있는 곳에서 수업 듣는 것도 처음이고, 아예 영어로만 모든 과목을 듣는 것도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영어로 에세이 쓰는 것도 힘들고, 점수 잘 받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수업 준비를 미리 해서 그날 배울 것을 최대한 미리 숙지하려고 하였죠. 그리고 최대한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같이 듣는 친구들(특히 수업이 많이 겹치는)에게 먼저 다가가고, 아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들 질문에 최대한 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계속 저한테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제 이름이 외국인이 발음하기에 힘든 면이 있어서, 유정에서 뒤에 ‘정’을 빼고, 유(You)라고 부르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You라고 하시면 ‘나 부르셨나하고’ 뮤트 해제하려고 마우스에 손을 대고 있었던 적도 있었네요. 적극적인 점을 좋게 봐주신 것은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시험 시즌이 왔습니다. 여기서 모든 과목을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점수로 통과를 해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중에 IELTS 처럼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다 보는 영어 시험이 있었는데요.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다보니, zoom에 들어가서 얼굴을 보이고, 뮤트를 한 뒤 학교 사이트에 접속해 듣기 시험이 시작하기 기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시험을 시작했는데, 이런 듣기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시간은 가는데, 순간 나만 그런가? 싶어서 Zoom 채팅방에 쳤는데, 학생들이 다 안 들린다고 채팅방을 도배를 시켰습니다. 결국 듣기 시험은 그 다음주에 다시 봤습니다. 다행히 소리는 잘 나왔습니다. 지금 보면 다 추억이네요. college에서 대면으로 수업 못 받은 것은 아쉽지만, 흰색에서 베이지 색으로 옮겨 갔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