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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Jan 22. 2024

매일이 돌잔치다.

3년 전 8월 15일이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그토록 기다리던 대면수업이 가능해 보였다.

가족회의를 거쳐 상경이 결정 나고, 떠나기로 한 날은 광복절. 해방이 되는 그날이었다.

(물론 오미크론 변이가 일어나기 전 이야기다)


반전세 계약을 마치고 짐을 푼 다음 날.

동아리 리크루팅이 있었다. 4명 이상 집합금지로, 줌(ZOOM)을 통해 동아리 선배들을 만났다.

선배들이 동아리에 대해 소개해주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리크루팅은 진행되었다.


당시 나는 부산에만 지냈기에, 친한 선배는 물론이고 아는 동기조차 없었다. 동아리가 의대 생활에 중요하다는 말은 익히 들었는데, 물어볼 사람 아니 같이 상의할 사람조차 없었다. 타 의대에 진학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의대 동아리는 두 개만 피하면 된단다. 운동과 음악 동아리. 전자는 군기가 심하고 후자는 단체활동이 많단다. 무난한 건 역시 봉사동아리라 덧붙였다.


나는 봉사 동아리, 사진 동아리, 마지막으로 테니스 동아리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테니스.. 시골촌놈인 내게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포츠로 보였다.

줌 미팅은 한 번 참여해 보자고 생각했다.


예상처럼 봉사동아리들은 모두 지원율이 높았다.

내가 지원한 동아리 세 곳은 모두 금요일 날 정기모임이 있었다. 다시 말해, 한 곳에만 붙을 수 있었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신입생의 패기를 빌려 동아리 불문율을 어긴 것이었다.


면접관들의 분위기에 따라 내 모습은 달라졌다. 다소 차분했던 봉사동아리에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활발한 사진동아리에선 적극성을 어필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테니스 동아리 면접에 들어갔다. 재수시절 보던 경희의대 유튜브(쿠메티비) 속 익숙한 선배를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면접은 수월했다. 애를 쓰지않아도 대화가 흘러갔다

선배들은 초심자인 나를 배려해 주며 조심스럽게 랠리를 이어주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회장 형이 말했다. 길지만 점수는 없는 랠리. 답답한 기분이 들던 참이었다.


제가 실은 얼마 전에 역 근처에 이사를 했습니다.
 붙기만 한다면 제 집을 제공하겠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시원하게 후려보았다. 뛰어난 동기들 사이, 내세울만한 건  운 좋게 얻게 된 이 청년주택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회심의 스트로크였다. 선배들 모두 웃으며 리크루팅은 마무리되었다. 안심이 들었다.

노트북을 덮고 편안히 헬스장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상대로 테니스 동아리에서 합격 문자가 왔다.

나머지 동아리는 아직 논의 중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테니스 동아리 최종선택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줌 미팅 분위기는 좋았으나, 친구가 해준 말이 귀를 간지럽혔다.

주량이 약하고, 당시 운동 하나 하지 않던 내가 운동 동아리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그래도 새내기가 도전 한 번 해봐야지 싶어 큰 마음먹고 동아리에 들어갔다.   

저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합격과 동시에 예의상 테니스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실내테니스장은 내가 등록한 헬스장 건물에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테니스.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느끼고, 금방 매료되었다.

공이 라켓에 제대로 맞으면 내는 청량한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싶어 땀을 흘리며 네트를 뛰어다녔다.


테니스는 나를 대표하는 운동이 되었다.

여러 곳에 레슨을 받고 다양한 코치들을 만났다.

중앙동아리에도 들어갔다.

아직까지도 서브 자세는 볼품없지만 토스를 할 때 보는 그 하늘이 좋다.

3년이 지난 뒤. 나는 이제 테니스 동아리 회장이 된다. 어느새 24학번. 나와 나이 차이가 5살인 신입생들을 뽑아야 한다.

왜 이 동아리를 들어올 거예요, 꼭 물어봐야지 싶던 찰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런 대단한 이유가 있었나? 마치 돌잡이를 하듯, 우연히 잡은 테니스 라켓. 그렇게 시작한 테니스가 이제는 내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세상은 한바탕 잔치라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돌잔치가 아닐까 싶다. 모든 만남은 우연이며 운명이다.

두근거리는 오늘 다음엔 아름다운 내일이 기다린다.


나는 너무 고민이 많아 탈이다. 그래서 이제는 이 모든 게 돌잔치라 생각하련다. 가슴이 내키는 대로, 심장이 뛰는 대로 행동하면 후회가 없다. 설렘. 두근거림.

신입생 때 느꼈던 이 감정들을 잊기 싫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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