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9)

흔들리는 시간

by 지숙수담

9장. 흔들리는 시간


– 병세가 깊어지던 어느 날, 어머니가 처음으로 “이제 모르겠다”라고 말하셨다


어머니의 병세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깊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효자였다. 뇌질환 관련 병원을 수소문하며 치료 방법을 찾아다녔고, 몇 년 동안 진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침대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신 지 일주일쯤 되었을까. 면회를 간 자식들에게 어머니는 낯선 이야기를 하셨다.

“집에서 내 잠바 좀 가져와라”,

“저 아줌마가 내 잠바 가져갔어”,

“나 무섭다… 내 돈 가져갔어…”


어머니를 돌보시던 간병사님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어머님, 치매 끼가 있으신 것 같아요.”

우리는 그 말을 믿기 어려웠다. “그럴 리 없다”라고, “병원에서 치매검사 다 받으셨고, 아무 문제없었다”라고 말하며 부정했다.


하지만 병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깊게 어머니를 흔들어놓고 있었다.


퇴원 후에도 어머니의 증상은 계속되었다.

남편은 아직 요양원이란 단어를 꺼내지 못했고, 치매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머니의 망상과 섬망은 심해졌고, 대소변 실수가 반복되었으며,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스스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은 회사를 쉬며 어머니를 돌봤다.

회사 일, 집안일, 간병까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겹쳤고, 결국 우리는 어머니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좋은 곳에서 치료받으러 가자”

그렇게 집에서 모신 지 세 달 만에, 가족 모두가 긴 상의 끝에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다.

그때, 누구 하나 어머니께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입소 후, 어머니는 매일 울고 화내셨다.

“자식들이 날 버렸다”,

“거짓말했다, 날 여기에 가뒀다”

예민했던 어머니는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셨다.

치매는 더 깊어졌고, 말똥거리던 눈빛은 자주 흩어졌다.


잠을 잘 못 주무셨고,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식사도 어려워하셨고, 우리가 찾아가면 종종 소리를 지르셨다.

요양원에 모신 지 어느덧 1년. 그 시간 동안 어머니는 흔들리셨고, 우리 가족도 함께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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