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에 그린 한 장의 동화

곰돌이 팬티

by 지숙수담

11화. 곰돌이 팬티를 꾸며봤다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팬티에 관심이 많다.

아침마다 “선생님, 저 오늘 팬티 입었어요!” 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기 시작한 아이들이라 스스로 대견해하는 표정이 귀여웠다.

그래서 오늘은 『곰돌이 팬티』 책을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곰돌이가 팬티를 잃어버렸대!”

“헉, 그럼 곰돌이 엉덩이 춥겠다!”

아이들의 웃음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퍼져나갔다.


팬티를 찾아 떠난 곰돌이와 생쥐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신나는 탐정놀이처럼 느껴졌다.

“이건 얼룩말 팬티다!”, “돼지는 먹을 게 그려져 있다!”,

“토끼 팬티에는 당근이 많다!” 하며 서로 맞혀보았다.

그렇게 책 한 권을 두고도 아이들의 상상은 멀리멀리 달려갔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자, 교사는 검정 도화지와 하얀 곰돌이 도안을 꺼내놓았다.

“오늘은 곰돌이에게 새 팬티를 만들어주자.”

그 말이 끝나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저는 파란 팬티요!”, “전 노란색이 좋아요!”

각자 골라든 골판지 팬티 조각을 손에 쥐고는

색연필과 별 스티커로 팬티를 꾸며나갔다.

작은 손가락들이 종이 위를 바쁘게 움직였다.


책상 위에는 곰돌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어떤 곰돌이는 초록 팬티를, 어떤 곰돌이는 반짝이는 별 팬티를 입었다.

“이건 하늘팬티예요.”

“이건 무지개 팬티예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상상력으로 반짝였다.


모두가 다 꾸미고 난 뒤, 아이들은 자신의 곰돌이를 가슴에 꼭 안고 서 있었다.

“짜잔! 제 곰돌이 팬티예요!”

웃음이 터졌고, 교실 안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찼다.

서로의 작품을 보여주며 “너 건 예쁘다.”, “내 것도 봐봐!” 하며 자랑했다.

그날 오후, 벽 한쪽에는 아이들이 만든 곰돌이 팬티들이 줄지어 걸렸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곰돌이를 보며 손뼉을 쳤다.

“우리 곰돌이들 팬티 다 입었다!” 하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얀 도화지 위 곰돌이처럼,

아이들 마음에도 작은 자존감이 색칠되어 갔다.

배변훈련으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냈다.

오늘도 아이들은 그렇게 한 걸음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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