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왔지만,다시 식구를 맞이하다
1장. 집을 나왔지만, 다시 식구를 맞이하다
어머님은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오셨다.
형부의 소개로 만나게 된 아버님은 군인 출신이셨고,
당시엔 여자 혼자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일이 흔치 않던 때였다.
“그냥 순하고 말 잘 듣는다”는 말 한마디에
어머님은 어린 맏며느리로 한 집안에 들어서셨다.
결혼 직후, 어머님은 아버님과 함께 집을 얻어 나왔다.
어머님 말에 따르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시어머님이
무리하게 출가를 결정하셨고,
그 선택에 따라 두 분은 새로운 땅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 식구들—시아버님과 시어머님, 시동생들까지—
모두가 어머님 댁으로 들어와 살게 된 것이다.
자리를 잡은 지 얼마 안 된 집에
다시 원가족이 함께 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충청남도의 깊은 시골, 단칸방 하나에
한 가족이 아닌, 두 가족의 무게가 포개졌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이는 공간,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가족의 식사를 매 끼 준비하며,
어머님은 그렇게 단 한마디 불평 없이
또다시 “맏며느리”의 삶을 시작하셨다.
나중에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면,
그 흔한 원망 한 마디 없이
그저 조용히 웃으시며 “그땐 다 그렇게 살았지”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웃음 뒤에 얼마나 많은 인내와 고요한 울음이 있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어떤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삶이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