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사람의 말 없는 삶
3장. 말없는 사람의 말 없는 삶
어머님은 늘 조용하셨다.
말이 없다는 건, 표현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조용함엔 순종이 있었고, 체념도 있었고,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던 현실도 있었다.
아버님은 밖에선 인자하단 말을 많이 들으셨다.
하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그 따뜻함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가부장적인 분이셨고, 여자의 소리는 크지 않기를 바라셨다.
모든 결정은 혼자 하시고, 어머님은 늘 통보를 받는 입장이셨다.
말투는 거칠고, 성정도 다혈질이어서,
신혼 초 나에게도 “야, 커피 좀 타와라”라고 하셨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건축 일을 하시던 아버님은 날씨에 따라 집을 비우시는 날도 많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한 달 가까이 집에 계시며 답답해하시기도 했다.
그럴 땐 집안의 공기도 무거워졌고, 어머님은 한층 더 말씀이 줄어들었다.
밖에 나가실 땐 늘 정장 차림이셨고, 단정한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셨다.
어머님과 함께 시장에 가셔도 물건은 한 번도 드신 적이 없었다.
짐은 늘 어머님의 몫이었다.
남편이 어릴 적, 그 모습이 싫어 어머님의 짐은 자신이 들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어린 아들의 눈에도 그 풍경은 불공평해 보였던 거다.
아버님은 가족보다 형제에게 더 마음을 주셨고,
그런 아버님의 모습에 어머님은
“내가 말해봤자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았다”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님은 속마음을 어디에 말할 수도, 기대어 울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늘 아버님께 순종하셨다.
화를 내거나 반기를 드시는 일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셨다.
그 침묵 속엔 포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가정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단단한 책임감,
아내로서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시대의 무게,
그리고 아이들 앞에선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어머님만의 의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