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간
9장.
어머님의 건강은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평소 빈혈과 골다공증으로 기력이 약해져 있던 어머님은 어느 날 집안에서 발을 헛디뎌 그대로 유리창 쪽으로 넘어지셨다. 그 사고로 한쪽 손의 신경이 크게 손상되었고, 손목은 심하게 다쳤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신 어머님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고, 가족 모두는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병원에서의 치료는 쉽지 않았다. 신경 수술과 골절 치료가 이어졌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1~2주 동안 어머님은 불안과 공황 증세로 크게 흔들리셨다. 극심한 우울감이 몰려왔고, 간병인과도 맞지 않아 갈등이 잦았다. 작은 말다툼도 어머님께는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했고, 결국 그 시간이 트라우마로 남아 이후의 건강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면회 때마다 간병인은 가족들에게 물었다.
“어머님이 이상하신 거 못 느껴요?”
우리는 얼마 전 치매 검사를 받았고 예방 약까지 복용하고 계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낙상과 입원, 그리고 불안한 환경이 겹쳐 어머님의 증세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님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셨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자꾸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는 동작을 반복하셨다. 가족들이 볼 때는 허공일 뿐이었지만, 어머님은 꼭 무엇인가를 붙잡으려는 듯 애타게 손끝을 내밀곤 했다. 기억의 파편을 붙잡고 싶어 하는 몸부림처럼 보이는 그 장면은 가족들의 가슴을 깊이 저리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장남인 남편이었다. 회사를 휴직하면서까지 어머님 곁을 지키려 애썼지만, 그 마음은 갈수록 무너져 내렸다. 효자로서 끝까지 모시고 싶다는 바람과, 점점 심해지는 어머님의 증세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이 매일같이 충돌했다. 밤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책이 이어졌고, 가족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결국 가족들은 눈물로 상의한 끝에 어머님께 “좋은 곳에서 치료를 받자”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남편에게 그 결정은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불효처럼 느껴졌다. 요양원에 어머님을 모시는 날, 그는 차 안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그러나 요양원에서의 생활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어머님은 낯선 공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날마다 울부짖으셨다. “자식들이 나를 속였다. 나를 버렸다.”라는 말씀이 이어졌고, 원망과 서운함이 가득했다. 매주 찾아가도 반가움보다 분노와 눈물이 먼저였다. 남편은 그때마다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붙잡고, 차분히 어머님의 손을 잡아드리며 속으로만 “죄송합니다. 어머니.”라는 기도를 드렸다.
집과 요양원을 오가는 시간이 벌써 1년. 어머님의 치매는 깊어져만 갔고, 남편의 마음은 매일 효심과 무력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