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 그리고 교사 사이에서
7화
만 2세 반을 맡았을 때, 유난히 또래보다 똑똑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언어도 풍부하고 자기 의사 표현도 분명한 아이였다. 경찰관 부모님을 둔 자매 중 언니였는데, 동생은 만 1세 반, 언니는 내 반에 중간 입소한 상황이었다.
어느 날, 아이는 친구들과 놀이하다가 “우리 집에는 너 오지 마”라며 특정 아이를 배제하는 말을 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누구누구야, 왜 그렇게 말했을까?”
아이의 대답은 단순했다.
“얘는 우리랑 안 놀아서요.”
나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건 참 좋은 일이야. 그런데 한 친구만 오지 말라고 하면, 그 친구는 속상할 수도 있겠지? 너라면 어떨 것 같아?”
아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네에”라고 대답했다. 순간을 모면하려는 듯한 억지스러운 대답이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더 말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아이는 놀이를 주도하며,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친구들에게 떠넘기려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정리 시간, 다른 아이들이 “선생님, 다 정리했어요!”라고 말하며 성실히 놀잇감을 제자리에 두는 동안, 그 아이는 옆 친구에게 “이거 네가 좀 정리해 줄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전체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얘들아, 우리가 사용한 놀잇감은 누가 정리해야 할까?”
아이들은 “자기요!””내가요!” 라고 외쳤고, 결국 아이는 자신이 두고 간 물건을 친구가 치우는 모습을 보고 뛰어가 함께 정리했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은 정리 후 작은 보상으로 비타민을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원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원장님이 나를 불렀다. 어제 아이의 어머니가 등원하며 내 이야기를 전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나만 안 사랑해.”
“나만 정리하래.”
집에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원장님은 “부모님이 경찰관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며 주의를 주셨다. 뒤이어 “선생님이 그럴 분이 아니란 건 내가 잘 알지만”이라고 덧붙였지만, 내 마음에는 이미 무거운 돌이 내려앉았다. 아이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전해져 교사는 쉽게 오해받고, 그 무게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날 오후, 아이는 다시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부모님께 상황을 전달했다.
“어머님, 아버님, 아이들이 어떤 날은 ‘선생님이 미워요’ 라거나 ‘나만 안 사랑해요’ 같은 말을 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꼭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물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며 어제의 상황과 놀이관찰모습을 이야기해 드려 오해를 풀 수 있었다.
부모님은 짧게 웃으며 “그럴 줄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의 언어는 단순한 듯 깊다. 때로는 자기에게 유리한 말을 고르고,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진실과 다른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치는 건 대개 교사의 마음이다. 때로는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나는 교사이기에 감당하고 견뎌낸다.
나는 교사이기로 했다. 부모의 직업이나 배경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내가 바라보는 건 오직 아이뿐이다. 교실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아이와 나의 약속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진짜 보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아이의 말속에 숨어 있는 진심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교사가 되겠다.”라고 말이다. 아이를 통해 또 한 가지를 알아간다.